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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집을 어려워한다. 함축적 의미를 나의 언어로 내 감정으로 변환해 느끼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덮어둔, 읽지 못한 시집들을 수두룩하다. 그런 내가 시집으로 하는 독서모임에 갔고 시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기점이 됐다. (독서모임원과 운영자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세요 유선혜 시인의 시집을 읽게 된, 아니 사게 된 이유는 첫 시 ‘괄호가 사랑하는 구멍’의 첫 줄 때문이었다. ’ 삶에 대해 자꾸 논하고 싶은 게 제가 걸린 병이에요.’이 문장이 날 설명해 주는 것만 같았다. 책에 대해 여러 감상을 듣고선 구멍(결핍?)의 존재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난 구멍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나의 구멍은 무엇인가? … 지금 난 구멍은 메꿔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전엔 구멍을 메꿔야만 해 하며 메꾸고 메꿨었다. 하지만 이곳을 메꾸면 다른 곳에 또 구멍이 났었다. 그리곤 구멍 없이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쪽으로든 구멍이 난다면 끝끝내 구멍을 관찰해야 한다. 외로움 허무 (…) 같은 것들은 구멍을 통해 지나다니겠지만. 나조차도 메우지 못하는 구멍을 누군가를 통해 메운다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것도. 그래서 오히려 나의 구멍의 존재 자체가 타인의 구멍의 존재를 보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 또한 사랑의 일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시를 읽고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내내 책을 읽는 나에겐 새로운 발견 같은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내내 마음에 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