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 Sep 23. 2024

쌓인 고민들

나는 독서가 취미다. 취미보다 더 삶에 밀접해있다. 그래서 자주 책의 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닌다. 어느 날 그걸 알고 있는 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고민들이 쌓여 있을 땐 책을 읽지 못 읽겠더라고 그럴 땐 어떻게 해?” 나는 “저는 오히려 그럴 때 책을 고르고 책을 읽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내가 지금 책을 읽을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돼서 책을 못 읽겠어”라고 말했다. 이 대화는 서로의 다른 견해에 대해 이해시키지 못하며 끝났다. (이런 류의 대화, 극단에 서 있는 생각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좋아한다) 그날 이후 이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생각은 무엇인가?


거듭된 생각은 나만의 결론에 다다랐다. 다양한 경험은 주어진 상황들을 보는 시선을 넓힌다. 그리고 어떤 것을 옳다고 여길 것인가 하는 생각을 정립하고 또, 어떤 태도를 가지며 살 것인지에 대해 나만의 답을 세우기 위해선 많은 경험은 필수적이다. 내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자주 돌아다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제 경험은 시간과 장소에 대한 한계가 있다. 현생을 살며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시간적 자유를 가지지 못한 자에겐 쉽게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일이 된다. 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책’ 이였다. 자주 경험을 하기 위해서 이보다 가성비 좋은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1만 원대에 짧으면 2- 3시간의 시간을 들여 간접경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간접경험이 실제적 경험으로 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정립했다.


이제 고민이 있을 때 내가 먼저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내가 가진 시간을 모조리 다 고민에 쓴다 하더라도 그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민은 시간에 비례해 결론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가 하는 고민의 대부분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a를 선택할 것인지, b를 선택할 것인지 때때로 더 많은 선택지들을 계속 재보게 되는 것이다. 따져본다는 것은 내가 어떤 선택을 옳다고 여길지 모르기 때문 아닐까?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것도 있다. 내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을 해야 하니 더 선택이 어렵다. 그래서 골몰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선택도 틀린 것은 없다. 내가 어떤 것을 옳다고 여길지 그리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할 마음까지 준비가 되면 어떤 고민도 골몰할 고민이 아니게 된다.


나는 나를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를 알아가는 것이 재밌다. 나에게 주어진 그리고 주어질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나열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자신을 안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라는 길로 나아가지 않기 위해선 더욱이 다양한 경험과 공감능력에 중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고유함을 지키면서도 조화롭게 지내는 것이 내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해내고 싶은 일이다.  평생 나를 알아가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싶다. 이렇게 써내리는 행위가 중요한 기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름처럼 떠있는 생각이라는 것을 써내라고 바라보고 정립하는 일이 나를 알아가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써내리려는 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