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권태
몇 주 전 B가 말했다. “요즘 무료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좋겠어요” 이 말을 들은 나는 무슨 일이라 칭하는 일이 부정적인 일이라 여겼고 퉤퉤퉤를 하라며 그 이야기에 반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조금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루가 무료해 어떤 이벤트라도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 것이다. 그래서 B에게 말했다. ”그때 하셨던 말을 근래에 공감하고 있어요 “
이 일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었고 이 생각의 결론은 ‘일상의 권태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도달했다. 매일은 반복되기 마련이고, 인간이라는 동물은 어떤 일이던 적응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때때로 적응하고 난 자리에 불만과 불편들을 쏟아 내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적응 이후는 어찌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남았고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하지만 방향을 찾은 것 같아 좌절스럽진 않다. 또 일상에 잘 머무르기 위해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권태로움은 복에 겨운 생각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삶의 곡선이 안정권에 들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닐까 짐작하는 것이다.
여전히 물음표는 남았지만 이건 긍정적인 물음표이며, 나아갈 방향이다. 어제는 무료한 마음을 가진채 한껏 추워진 날씨 핑계를 대며 핫초코에 휘핑크림을 가득 올려 하루치의 사치를 부리고, 일상의 권태를 어떻게 할 것이냐 고민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오늘은 영화시간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어쩌면 난 부단히 내가 가진 권태를 어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