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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 Dec 17. 2024

지나온 질문에 대한 단상

독서모임 그리고 행복의 기원

  이주의 한 번씩 독서모임을 한다. 이번 독서모임은 감명 깊게 읽었고 다 같이 읽으면 좋겠다 생각해 고른 ‘행복의 기원’ 지정도서를 읽고 모였다. 이 책은 행복을 심리학적 관점이 아닌 진화론적 관점에서 풀어둔 이야기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평소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방식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책은 친절하다.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지 명확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래서 다른 이의 생각과 관점이 궁금했다. 그렇게 부푼 기대감으로 시작했고 잘 읽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견해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이 나왔다. (이 글은 아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끝맺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이라 느끼는 건 동물로써의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의 행복이에요. 근데 지금 문명화된 사회에서 동물로써의 행복을 쫓아가면 문명화된 사회의 생존율이 높아질 것인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나라는 존재가 ‘나’로써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하나를 행복하게 할 줄 알아야 공동체 안에서도 나라는 존재감에 대해 어필할 수 있다 여긴다. 가까운 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유대를 가지고 자주 마주하는 이들과 일상의 다정을 주고받으며 하루치의 행복을 누리는 일련의 과정은 ‘나에 대한 확신감’과 ‘내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충분히 인정하고 애정해야 한다. 이 과정을 해내지 못한다면 과연 공동체 안에서 타인이 가진 각자의 잣대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내가 겪은 사회는 냉정하고 때론 부당하고 부정당한다. 물론 이 안에도 일말의 희망 같은 건 존재한다. 때때로 생존을 위해서 나의 일부를 접어 타협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가 있어야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참는 것은 능사가 아니며 내가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일 이년 안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라는 관계망 안에서 내가 원하고 잘 맞는 사람들과만 지낼 수 없다는 불변의 법칙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나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타인의 잣대를 나에게 투영시키지 않으려는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며 타인의 것은 타인의 것으로 존중하고 내 방향은 흔들지 않아야 한다.


  난 여러 의미에서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좋지 않은 일, 때때로 하게 되는 실수들은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 여기며 이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남은 하루를 부정에 내어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현실과 나 사이의 균형을 위해, 또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오늘치의 행복압정을 충분히 밟고 누리려 한다. 자주 그리고 충분히 이런 생각을 하고 과정에 머무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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