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나침반을 다시 쥐어야 한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올리는 걸 즐긴다. 어디를 놀러를 가거나 영화랑 책을 본다거나 산책을 하다 본 장면 등 (...) 일일이 나열하기 많은 순간들을 담고 올린다. 언제부터 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오래도록 해왔다. 그렇게 올리고 나서 하는 일이 있다. 누가 보았고 좋아요를 눌렀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습관이 된 듯하다. 그러다 문득 이 과정에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일까.. 이 매몰은 어디서부터 일까 몇 날 며칠 고민하고 결론을 내렸다. sns에 전시된 내 모습에 도취되어 있었다.
이런 책을 보는 나, 이런 문장에 감동한 나, 이런 영화를 보는 나, 이런 장면들을 좋아하는 나, 이런 곳에 놀러 간 나, 등등 하이라이트 모음집을 만들어 그 모습들로 스스로의 가치를 매긴 것이다. 그 이후엔 자연스럽게 전시된 나를 사람들이 얼마나 목도하고 좋아요 누르는지에, 얼마나 날 취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지에 집착하고 있었다. 인생은 하이라이트 모음집이 아니라 다큐인 것을 망각한 것이다.
내 가치는 전시된 곳에 있는 것이 아닌데 습관처럼 하던 일들이 누적되어 이렇게 된 듯하다. 무언갈 안다고 뚝딱 해결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안다는 것, 인지한다는 것은 다른 방향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전시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잠시 멈춰야 하는 일이다. 어찌 될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지금 당장은 일단 멈추고 다시 나침반을 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