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 빈센트
100여 명의 화가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영화 <러빙 빈센트>. 나오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었던 영화이다.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걸 정말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그렸다고?'라는 놀라움이 내 생각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처음에는 유화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에 조금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보다 보니 점점 영화 속 그림에 녹아들어 집중한 채 볼 수 있었다. 회상 신에서 소묘 그림이 나왔을 때는 그림이라는 이질감이 들지 않고 그냥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모든 영화들이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특히 이 영화를 볼 때 100여 명의 화가들과 편집자들에 대한 존경스러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1시간 반 동안 예술작품을 감상한 기분이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반 고흐인 줄 알았지만 보고 나니 반 고흐 사망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주인공은 '아르망'이라는 청년이다. 아르망의 아버지 룰랭은 마을의 우체국장으로, 빈센트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배달해주었던 사람이자, 빈센트를 마을에서 쫓아내자는 청원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야기는 아르망이 반 고흐의 편지를 갖게 되면서 시작된다. 바로 반 고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였다. 룰랭이 편지를 반 고흐의 동생 테오에게 전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자 처음에는 자신이 왜 반 고흐의 편지를 전해줘야 하냐며 반발했지만 아버지의 설득 끝에 테오를 찾아 길을 떠난다.
아르망이 반 고흐에게 갖고 있던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자신의 귀를 자르고 결국에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미치광이 화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편지를 전해주느라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전해 들으며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된다. 아마 반 고흐의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반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중에는 반 고흐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파헤쳐 보려 하고, 반 고흐가 당했던 부당한 일에 화를 내기도 한다. 조금 더 일찍, 반 고흐가 살아있었을 때 아르망이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었더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위와 같은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함께 배를 타면서 아르망은 술을 마시며 경치를 감상하고, 반 고흐는 풍경 그림을 그리고, 둘은 좋은 말동무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장면 이야기
반 고흐가 생전에 팔았던 그림은 단 한점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반 고흐의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 테오가 있었다. 테오는 형의 그림 재료 비용을 다 대주고 있었다. 그의 집 한편에는 빈센트의 그림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정작 자신은 몸이 안 좋아서 위태로운 상황이면서도 형이 꿈을 이뤄나갈 수 있게 응원해주었다. 모두가 반 고흐를 미쳤다고 했지만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는 동생 테오가 있었기에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는 이런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 한 명쯤은 필요한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 나는 무엇일까? 아무도 아니다. 별 볼 일 없고 유쾌하지 않은 사람. 전에도 그렇고 앞으로 절대 사회적인 지위를 가질 수 없는 짧게 말해 바닥 중의 바닥. 그럼 이 모든 얘기가 틀림없는 진실이라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이 보잘것없고 별 볼 일 없는 내가 마음에 품은 것들을. (빈센트의 편지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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