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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 Apr 08. 2018

타인의 삶에 동화되는 과정

타인의 삶

ⓒ남이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의 배경은 1984년 동독, 20만 명의 스파이가 독재정권을 위해 활동하던 시대이다. 주인공인 비즐러 역시 수많은 비밀경찰 중 한 명으로, 냉철하고 빈틈없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느 날, 주목받는 작가의 연극을 보러 갔다가 의심스러운 느낌이 든 비즐러는 극작가 드라이만 과 그의 연인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일을 직접 맡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집에 온갖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같은 건물 위층에서 본격적인 감시를 시작한 그에게 오히려 감정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둘의 인간적인 모습과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비즐러의 마음까지 흔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의 눈에 많은 감정이 담겨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비즐러는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니다. 초반에 냉철했던 그의 성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갈 때도 가장 크게 느껴졌던 변화는 그의 눈빛이었다. 상심에 빠진 드라이만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를 들으며 감동으로 젖어가는 그의 눈은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이다. 

사실 <타인의 삶>은 몇 년 전 한참 독일 영화에 빠졌을 봤던 영화이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찾아보았는데,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예전에 느꼈던 감동이 그대로였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영화이고, 잔잔한 감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영화 속 장면 이야기


비즐러가 영화의 초반과는 확실히 다르게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배우로서 복잡한 고민에 빠진 크리스타는 술집에 자리를 잡고 상심에 빠져있다. 이미 집안의 도청장치를 통해 그녀의 상황과 고민을 다 알고 있는 비즐러.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솔직히 조금 놀라웠다. 비즐러가 저 멀리 앉아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정도의 장면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즐러는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말을 건다. 누구냐는 크리스타의 질문에 "당신은 절 모르시겠지만, 전 당신을 알아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의 말들을 건넨다. 그녀가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언까지 해준다. 끝내 크리스타는 비즐러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건네고 자리를 뜬다. 비즐러가 크리스타에게 말을 걸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비밀경찰로서 그들을 냉정하게 감시해야 하는 입장인 그가 오히려 그들의 삶을 격려하는 말을 건넸으니 말이다. 비인간적인 수사법을 일삼던 그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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