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자인듯 소문자, 소문자인듯 대문자
나는 어느 누가 봐도 내향형 인간이다.
MBTI 테스트에서 I와 E의 그래프만 보면 거의 I의 끝자락에 가 있을 만큼, 대문자 I형 내향인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그래프가 살짝 E 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여전히 극 I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이런 내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부모님은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을까.
그 걱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얼른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마음만 앞선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직업이 두 번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내 인생의 세 번째 직군.
대문자 I인 내가 하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깜짝 놀라거나,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거나 했을 것 같다.
몇 년 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들도 내 이야기를 들으면 꼭 그 반응 중 하나다.
그 반응들을 보는 게 재미있다.
놀라는 반응을 볼 때면 ‘내가 그래도 뭔가 개척한 건가?’ 싶어 뿌듯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괜한 시간 낭비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스친다.
아마 이 일이 기대만큼 잘 풀리고, 내가 상상하던 그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을 거다.
지치는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할 수 있어”라고 외치지만, 나조차도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어떤 내면이 있는지 마음 한편에 늘 불안과 두려움을 남긴다.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고,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수줍음도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또 한 편의 기억 속 어릴 적 모습을 떠올려보면,
발표할 땐 또랑또랑하게 말하고, 친구들이랑 인형놀이나 소꿉놀이 하는 것 보다 동네 오빠들과 축구하며 뛰어놀고 잡기놀이 하는 걸 더 좋아했다. 체육 시간엔 선생님이 나에게 시범을 맡길 정도로 마냥 음지에만 숨어 지내던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알고 보면 장난기도 많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반전 매력이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타고난 기질과 더불어, 살아오며 겪은 사람들과의 관계, 환경 속에서 부딪치고 다듬어져 지금의 내가 되었다.
모든 일을 또렷이 기억하진 못하지만, 마음속에 트라우마처럼 굵직하게 남아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언젠가 그 이야기들도 하나씩 꺼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지금의 내가 나를 마주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