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도 때로는 무겁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2주에 한 번씩 대청소하는 날이 있다. 예전에는 일주일 내내 출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소 담당 구역이 정해졌다. 하지만 최근 청소하는 요일에 내가 출근을 안 하게 되면서 마음에 불편함이 생겨버렸다. 다 각자의 맡은 임무가 있는데 내가 빠짐으로써 일이 많아지게 되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고, 아무도 그 임무를 맡지 않아 더러워지고 있는 걸 보는 것도 마음이 불편할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청소하는 시간만이라도 잠시 출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사가 너무 부담스러워하셔서, 출근하는 날 여유 있는 시간대에 내 파트 청소를 좀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을 먹고부터 집에 이런저런 일이 있어 청소를 못했다. 3주 만에 드디어 더러워져 있던 내 구역을 빡빡 문지르며 내 마음 불편감도 함께 닦아 내려갔다.
청소한 그날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이른 퇴근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회사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내 청소 구역이 한동안 더러워져 있어서 그 선배와 내가 요일을 정해 출근하는 날 조금씩 청소하자고 하셨다.
안 그래도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고 털어놓으며, 그날 오전 청소를 끝내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어쩐지 평소랑 다르게 깨끗하게 청소된 느낌이더라, 하시며 앞으로도 본인이랑 분담해서 잘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알겠다 하며 청소 문제는 잘 해결되는 듯 보였다.
그러고 얼마나 흘렀을까? 한두 번 정도의 청소를 더 한 것 같다. 보니까 단체 청소하는 날 누군가가 내 구역을 청소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더 얼룩만 지고 청소한 느낌이 안 들기도 해서, 이제 내가 다른 요일에 청소하니까 힘들게 청소 안 해도 된다는 의미로 단톡방에 청소했다고 일부러 올렸다. 그랬더니 상사가 청소 안 해도 되니 하지 말라고 하시네.
그날따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비울 수 없어 퇴근을 미루고 지키고 있었는데 외부 출장을 나가셨던 상사가 곧 돌아오셨다. 그러고는 청소 안 해도 된다고 다시 말씀을 하시는 거다. 나는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제 마음 좋자고 하는 거니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했다. 깨끗한 게 좋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정색을 하시면서 정말 안 그래도 된다, 상사인 내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 불편한 건 딱 싫다고 하시는 거다. 정말 안 해도 된다고.
그날, 생각했다.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행동, 내 딴에는 배려라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상대방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부담일 수 있겠구나. 다 같이 좋자고 하는 일이 마냥 좋을 수는 없겠구나. 상사의 그 단호한 표정과 말투, 저렇게까지 강경하게(?) 말씀하시는데 내 마음 편하자고 청소를 계속한다면 이건 어떻게 비칠까? 정말 말 안 듣는 부하직원이 될까?
사람 마음 부담스럽지 않게 적절한 호의와 배려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왜 나의 호의와 배려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걸까? 뭐가 문제지?
결국 나는 그날 이후로 더러워지고 있는 청소구역을 보면서도 못 본 눈을 하며 마음 불편한 출근을 하고 있다. 청소를 해서 깨끗해진 걸 봐야 내 마음도 편하고 안정될 것 같은데, 내 마음 편하자고 남의 마음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달까.
그런 묘한 마음 불편함을 지닌 채 출퇴근을 하는데 얼마 전 선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요즘 보니 내 청소구역이 다시 좀 더러워지는 게 보인다고, 혹시 단톡방에서 상사가 청소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건가 싶어 연락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카톡도 카톡인데 그 뒤에 상사가 다시 한번 더 언급하시는데 그 말과 행동이 너무 단호하셔서 제가 선뜻 행동을 못하고 있다. 상사 마음까지 불편하고 부담 주면서까지는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했다. 선배는 상사님도 미안해서 그러시는 걸 거라고, 말만 그렇게 하시지 막상 청소해 주시면 너무 고마워하실 분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청소 구역은 내가 할 때 제일 깨끗하고 깔끔해진다며, 앞으로는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 거라고 좋게 다독이며 타일러주시네.
그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흘렀다. 혼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슬프거나, 억울함도 아니었다. 그동안 쌓인 마음의 무게가 풀린 걸까? 선배의 공감이 내 불편했던 순간들을 어루만져준 걸까? 아니면, 내 호의를 억누르던 스스로에게 그냥 미안했던 걸까? 그 눈물의 의미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생각보다 마음이 무거웠음을 깨달았다.
나는 이 눈물의 의미를 곱씹으며 잠들 것 같다.
타인의 마음과 내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