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몸, 조용한 신호

무너짐 속에서 비로소 들린 내 안의 목소리

by 나미옥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내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장염으로 잠 못 이루던 밤이 지나고 나니, 지루성 피부염이 올라왔다. 이석증으로 어지럼증이 덮치고, 관절통이 찾아왔다. 손목, 손가락 마디, 족저근막염, 신경통, 치통, 편두통, 비염, 부정출혈까지.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몸 컨디션이 나빴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점점 지쳐갔고, 그 피로는 몸을 넘어 마음까지 갉아먹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 또 어디 아프다는 말을 꺼내는 것도 미안할 지경이었다.

친구에게 이 마음을 슬쩍 내비쳤더니,
“삼재라 그런가 봐. 들삼재에는 몸이 여기저기 아프대.”
툭 던진 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예전 같았으면 웃어넘겼을 이야기인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혹시 정말 그런 걸까.
어쩌면 이 고장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신호는 아닐까.

회사 일도 마찬가지였다.
의도치 않게 일이 자꾸 꼬이고,

사소한 실수가 꼬리를 물며 쌓였다.
그게 나도 모르게 큰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결국 몸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문득, 작년 연말이 떠올랐다.
내가 너무 사랑했던 반려묘를 떠나보냈던 시간.
그때 참았던 감정이 많았다.
너무 갑작스러웠고, 너무 아팠다.
그래서 오히려 더 담담한 척했는지도 모른다.
그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지나친 시간 끝에,
이제야 드러나는 고장 난 몸,

어쩌면 그건 내 몸이 슬픔을 대신 보여준 것이었을지도.

몸이 약해졌다는 건 결국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뜻이고,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건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뜻이고, 그건 다시 말해, 내 삶 어딘가가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돌이켜보면 작년 한 해, 나는 변하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 참 많이 나를 몰아붙였다.
쉴 틈 없이 일하고, 자책하고, 감정을 돌볼 시간도 없이 그냥 버텼다.
그게 나의 선택이었고, 동시에 나의 무심함이기도 했다.
그러다 고양이까지 떠나보내면서, 감정은 극에 치달았고, 몸은 무너졌다.

이제 와서야 생각한다.
그 모든 아픔은, 어쩌면 나를 살리기 위한 신호였다고.
“이제 좀 쉬어. 마음도, 몸도.”
그렇게 내 몸이 먼저, 내 안의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삼재는 재앙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비의 시간이었다.
내 삶의 균열을 돌아보고, 다시 나를 정돈하고,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한 시간.

나는 지금, 그 시간이 주는 통증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다시 나를 정리하고 있다.
아무 일 없는 하루,
고요하게 숨 쉴 수 있는 순간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