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함은 최후의 보루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by 나미옥

사람들은 누군가의 말이나 태도가 뾰족하게 느껴질 때,

그 사람이 내게 실수했거나 상처를 줬다고 생각한다.

화가 나고, 괘씸하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은 억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 뾰족함은 어쩌면,

예전에 내가 무심히 흘린 말이나 스친 태도로 인해 상대가 서운함을 품은 건 아닐까?

조용히 마음에 쌓인 감정이 어느 날 곪아 터져, 더 날카롭게 되돌아온 건 아닐까?

사실은 내가 그렇기 때문에 상대에게 나를 대입시켜 보는 것이다.


상처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서운함은 천천히 쌓이고, 조용히 곪는다.

그러다 어느 날, 아주 날카로운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늘 말과 행동이 조심스럽다.

천천히 말하고, 깊게 생각하고, 누군가를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애쓴다.

즉흥적인 판단이나 발화가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겐 답답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조심하는 삶이 실수하는 삶보다 낫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조심스러운 사람의 마음이 더 쉽게 곪아버리는 것 같다.

상대의 무례함조차 어쩌면 내가 먼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나는 늘 떠올린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참고 또 참는다.


하지만 결국 나도 사람이다.

참고 참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터져버린다.

의도와 다르게 말과 행동이 뾰족하게 모가 나버리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사람이 원래 그런 줄 몰랐다”라고 말한다.

마치 내가 본모습을 숨기고 있었다는 듯이.


상처받은 건 나였는데, 되려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남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참았으면, 나 같은 사람이 뾰족해졌을까’ 싶은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내 탓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거두지 못한다.

그렇게 마음의 선 위에서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음 관계에서는 더 조심하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정말 내가 원인이 되는 걸까.


사람 사이의 감정은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다.

그저, 누군가의 모난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잠시라도 상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건, 결국 역지사지.


그럼에도 나는 그 뾰족함에 상처를 받는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관계에 조금씩 거리감을 두며 멀어지게 된다.


결국 이기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멀어지려는 나의 태도에 상대는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예전의 나였다면 무조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마음이다.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시에 약간의 불편함도 따른다.

그건 아마, 타고난 내 성향 때문이겠지.


이 글을 쓰면서 지난 시절의 인연들을 떠올려본다.

서로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시간들,

감정의 타이밍이 어긋났던 순간들.


어쩌면 그때는 각자의 삶이 너무 복잡해서

마음을 온전히 마주할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 시절 내 마음이 닿았던 누군가를

아직도 곱씹고 있다는 건

그 인연이 좋든 나쁘든

내게 의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통해 나는 배우고, 느끼고, 성장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바란다.

그들도 나로 인해 무언가를 느끼고,

조금은 성장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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