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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개복치 Sep 13. 2017

앞선 이들의 발자국을 미쁘게 따라잡는다.

[남이사 세계여행] 남는건 이야기 그리고 사진들 - UAE, 두바이

앞선 이들의 발자국을 미쁘게 따라잡는다

두바이 사막투어를 하게 되었다. 

사막이라 하면 풀이 드문드문 있던 인도 푸쉬카르 사막에서 밤을 지샜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다 보면 그 곳에서 소똥을 장작 삼아 구워먹었던 짜파티의 향도 뭉근하게 퍼져 나오는 듯 하다.

인공적인 빛이 사라진 사막의 한복판에서 추위에 떨며 보았던 은하수의 모습은 아직도 눈가에 시리다.


기껏해야 모래가 펼쳐진 것에 불과한데 내게 있어 사막은 정화의 공간이 된다.

망망한 지평선을 응시하다보면 이전의 맹렬했던 시간들이 아득해지곤 한다.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주인공 포그는 생부를 찾고 유타 주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걸어서 사막을 횡단한다. 

"나는 자신을 뒤에 남겼다는 것, 내가 이제는 예전의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계속 걷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사막의 끝 해변에 다다른 후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새로운 삶이 시작됨을 깨닫는다.


보름달은 아니지만 구름인지 모래바람인지 혼동되는 그림자의 언저리에 걸쳐 있는 태양에서 [달의 궁전]의 이미지를 본다. 두바이를 이번 여행의 시작으로 선택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고 합리화를 해본다.


샤토브리앙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 고 했다는데

문명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막은 이전 문명의 자취라도 되는 것인가라는 망상과 함께, 

앞선 이들의 발자국을 미쁘게 따라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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