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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개복치 Sep 08. 2017

우리는, 너와 나는 끊임없이.

[남이사 세계여행] 남는건 이야기 그리고 사진들 - 포르투갈 리스본

우리는, 너와 나는 끊임없이.

어릴적부터 지도를 펼쳐 놓고 하릴없이 세계여행 계획을 세울 때면 나의 종착지가 되는 곳은 리스본이었다.
"어디어디를 거쳐 리스본을 가야지." 

심취해서 파고들었던 세계사 책의 어느 한켠의 내용때문인지, 유라시아 대륙 방방곡곡을 지나 리스본에 이르는 날이오면 통과 제의라도 거친 듯 또 다른 내가 있을거라고 상상하곤 했다.

살다보니 어느새 나는 서른이 넘어 있었고 아직 도달하지 못한 그 곳은 나에게 언젠가 꼭 가보아야 할 숙제 같은 곳으로 남아 있었다.


이 번 여행의 특징 중에 하나는 스케쥴을 미리 맞춰놓지 않는 것이었는데 런던에서 포르투갈로 단 번에 넘어가기로 결정한 것 역시 여행 3주전이었다. 어차피 종착지가 될 곳이라면 초반에 다녀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에 항공권을 구매하곤 그 날을 기다렸다.


리스본은 정말 매력적인 도시이다. 과거의 유산들을 둘러보다 보면 특징적인 점이 하나 있는데 

모든 것을 1755년 대지진 전과 후로 나눠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끔찍한 지진이었을까.

15세기에 대항해시대를 주도하며 세계를 주름잡던 포르투갈은 이후 스페인과의 혼인을 통한 통일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1755년 대지진과 함께 격변한 건 아닌가 싶다.


포르투갈 건축의 백미인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사방으로 뻗어 있는 비행기 구름이었다. 과거 대항해시대의 중심지었던 이 곳은 현재 사방으로 통하는 하늘 길이 되었다.


소란한 군중은 아랑곳없이 사방으로 선을 긋는다.
소심한 바람이 무색하게 구애않고 연결 짓는다.

우리는, 너와 나는 끊임없이.


포르투갈에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다고 한다.

"포르투는 일하고 코임브라는 공부하며 브라가는 기도하고 리스본은 논다."

그래서 그런지 리스본 거리를 걷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오래도록 묵혀둔 숙제를 해결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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