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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개복치 Sep 07. 2017

나는 단지 들여다 보고 싶었다.

[남이사 세계여행] 남는건 이야기 그리고 사진들 - 일본 나라

나는 단지 들여다 보고 싶었다.

나라에 가면 사슴이 주민이고 사람은 과객이 된다. 


걸음을 멈출라치면 어느새 한두 마리가 다가온다. 순간을 기다리며 자세를 서서히 낮출 즈음엔 나는 우리 속의 동물이 되어 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관심은 어느덧 집착이 되어 손과 가방과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허나 내겐 그들이 갈망하는 과자가 없었다. 그 사실을 부지불식간에 어찌 서로 공유했는지 동시에 고개를 돌리고 멀어진다. 몇 번의 그 과정이 지난 후엔 그 넓은 공원에 소문이라도 퍼졌는지 아무도 과객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사람(人) 사이(間)의 시작은 눈 맞춤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마 내가 나이를 조금 먹은 후인 듯하지만- 낯선 이와의 조우를 피하는 것이 편해졌다. 나도 모르게 서슬을 돋우며 살아가는 것 같다.

카메라를 꺼내기 전, 일각의 눈 맞춤에 날카로움이 무뎌진다. 

온기가 퍼질 겨를도 주지 않고 고개를 돌린다. 

내가 과자도 없이 공짜로 자신과 눈을 맞춘 것이 괘씸하기라도 한 듯이.    


시선이 비켜 있는 것이 그리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겐 그다지 탐탁지 않은 일이었을지라도, 
나는 단지 들여다 보고 싶었다.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든 좋았다.    


 눈은 하나의 우주였다. 찰나에 나는 이 곳을 떠나왔다.


얼마전, 일본 정부가 나라의 사슴 포획을 허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짧았지만 생생했던 대면의 파고가 아직도 잔물결로 남아 있는 나에게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하나하나의 우주가 사라질 것이란 생각에 과객의 마음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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