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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남이사장
May 08. 2024
남이소소 13.
빨래집게 투혼 그리고 빵.
오전에
오픈 준비
바쁜 시간
엘리자벳이 왔다. '나 좀 바쁜데' 싶었는데
카운터 맞은편에 의자를 놓고 앉는 엘리자벳.
머리 들쑥날쑥한데 영어대화까지 어이구어이고
벅차다.
엘리자벳 포장해서 떠나고
연휴 끝나서 그런가 한가하다.
허교수가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
너무 독한 리뷰를 보고 단숨에 구입했는데
독한
리뷰가 나를 설레게 했다.
막상 받아보니 내 맘에 쏙.
사진도
그다지 문체도 그다지이었는데 난 좋아라.
익숙한 메뉴에
흠뻑 취해서 가게에서 빈 시간에 실습,
제일 먼저 바나나 브레드.
메일가루 들어가고 설탕양도 적고 무엇보다도
발효 안 해도 되고 점심손님 빠지자마자 후다닥
한 번
에 세
덩어리를
구우면 될 거인데 빵틀의 부재로 인해
세 번 연속 구웠다.
난 빵에는 재주가 없는데 그래도 뉴욕 출신답게
치즈
케이크
베이글은
굽는다.
치즈케이크는 뉴욕에서 사촌오빠에게 베이글은 유튜브로
배웠는데 둘 다 인생레시피를 내주었다.
바나나빵을 만들어 동네 골목을 휘잡고 다니면서 드셔보시라 다녔고 잘 웃지 않으시는 택배 사장님이 활짝 웃으셔서 흐뭇했다.
가게에서 한가한 시간엔 이것저것 만들어 나눠 드리고 손님들께도 드리고 했었는데 일 년이 훌쩍 넘게 하지 않았었구나.
시나몬과 버터향이 가게에 돌고 테이블에 앉아서 한숨 돌리는데 토마토샘이 오셨다.
거의 매일 오셨었는데 요사이 바쁘셔서 이주일에 한번 정도로 뜸하셨는데 들어오시는 순간
나는 "하잉~~"이란 진심 반가운 신음소리를 냈고 선생님도 따뜻하게 웃으시고 음식포장 해드리고 빵 뚝 잘라 싸드리고 가신 후에도 난 계속 반가운 맘 사라지질 않았다.
전날은 민선생님이 오셨었는데 이 분도 정신과 선생님이셔서 살짝살짝 일상의 위로를 받는데 얼마 전
리뷰가 안 좋아서 긍긍거렸던걸 보시고는 "백종원도 악플 달려요 잘되는 가게에 악플 달리는 거예요"라 해주셨었다.
쓸쓸한 기분이 맴돌 땐 빵을 구워야겠다.
그냥 향기라도 좋으니.
손님과 정 깊게 들면 안 된다고 다들 날 걱정하는데
난 조절이 힘들다.
할 수 없지 않은가!
하필이면 빵에 빠진 날 나는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덕분에 중간중간 거추장스러워서 양팔에 빨래집게로 고정을 하고 빵을 만들었다.
ㅋㅋㅋ 종이 포일에 둘둘만 바나나빵을 들고 빨래집게를 팔에 꽂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닌 나.
행복하다.
우리 동네는 빵집성지구역인데
나에게 빵도 파세요라 하셔서 난감했다.
제일 못나고 투박한 나의 빵.
허교수님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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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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