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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May 20. 2024

맑고 맑은 오이지

1:4와 3일이면 오이지.

저희 집은 가족들이 떼로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닙니다.

속 사정이야 매번 즐겁지는 않겠지만 모이면 그냥 좋아요.

저와 비슷한 외모 덕분에 고모들  옆 한 구석에 앉아 있으면 느껴지는 편안한 동질감, 유대감이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수다가 수다가 말도 못 해요.

십여 년 전에 할아버지 산소에 마치 잔치처럼 모인 우리 가족들은 선산 들썩 거리게 재잘재잘 모여 앉아서

이야기 중에 요리 잘하는 갑순고모가 "오이지 너무 쉬워. 소금 1 물 4 면 금방이야" 했었죠.

들으면 해 봅니다. 깜짝 놀라실걸요. 쭈글쭈글 누런 오이지가 아니가 초록 초록 아삭아삭한 오이지입니다.

시판 오이지포장 뒷면의 성분표입니다.

많이도 들어가고 천일염까지  외국산이라니 우리 담가 먹어 봅시다.

모르는 이름 긴 성분 굳이? 저 봉지 뜯는 것보다 쉬운 것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백오이 4개 소금 1컵 물 4컵이면 준비 끝입니다. (한 컵 = 340ml) 큰 컵입니다.

인간적으로 소금은 좋은 것 쓰세요.

맛소금, 가는소금, 핑크 솔트 다 집어넣으시고 국산 굵은 천일염 쓰세요. 마트에 소포장 제품 있답니다.


제 전용 파이렉스 오이지 통입니다.

납작한 통 사용하시거나 누름판있는 밀폐용기 사용하시면 됩니다. 다이소에 있어요.

제가 파이렉스 광팬이라. 저는 파이렉스에 합니다.

모든 오이지 레시피에 꼭지 자르지 말라 하는데 통에 안 맞는데 어쩝니까 통에 맞춰서 댕강 잘랐습니다.

물을 팔팔 끓이세요.

물이 펄펄 끓으면 오이를 하나씩 넣었다가 5초 정도 뜨거운 물에 굴려 주셨다가 빼내세요. 이리해야 아삭하답니다.

슬쩍 데친 오이 위에 끓는 소금물을 부으시고 밀폐용기 닫아 주시면 오이지 끝입니다.

5월 17일 아침에 담았습니다. 소금물이 식으면 냉장보관 해주세요.

5월 19일 저녁에 개봉한 오이지입니다. 실제로 보면 더 이쁩니다.

한 개를 꺼내서 쫑쫑 썰여 주시고

찬물에 20분 정도 담가 주세요. 군내 없고 짜지 않아서 놀라실 겁니다. 내가 애정하는 핑크바가지입니다.

물에서 꺼내서 면포로 싸서 꼭 짜주세요.

오이 한 개 분량 입니다. 다진 파 반 스푼 다진 마늘 반스푼 고춧가루 반 스푼 깨 반 스푼 설탕 반 스푼

제 히든 양념은 매실청입니다. 매실이 들어가면 하염없이 맛있는듯하여 매실 한 스푼 넣어 주세요.

식초와 참기름은 선택하세요. 저는 식초를 넣기도 하고 안 넣기도 하고 참기름은 안 넣습니다.

물기 짜낸 오이에 양념 들이붓고 빠닥빠닥 무치세요.

딱 한 끼 분량이 오이 하나입니다.

염도가 낮아서 명이 길지 않습니다. 2주까지는 냉장 보관으로 적당하지만 불안하시면 네 개를 다 무쳐 놓으셔도 좋습니다. 얼음 동동 띄운 물에 소면이랑 식초만 넣어서 오이지국수로도 추천합니다.

설렁설렁 담가 두었다가 더운 여름날 찬밥 물 말아서 오이지랑 고등어 반토막 구워서 드시면

근사한 여름 식사 되실걸요.

해보세요. 가문에 레시피인데 알려 드린다니까요.

사서 못 드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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