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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별일이 아닌데 난 앓고 있다.

by 남이사장

제주도에는 강풍 주의보가 내렸고 쓸쓸한 눈이 소복하지 않게 휘몰아 내린다.

가게에서 창 밖을 내다보다 글이 쓰고 싶었다.

연말에 브런치에 연재 중이던 글을 억지로 마무리 짓고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컴퓨터를 열지 않았다.

내가 보낸 2023과 2024는 씁쓸했고 하루하루가 힘겨웠다.

그 힘겨움을 풀 듯 브런치에 글을 썼었다.

맥락도 없고 그저 일과를 쓰는 글이었지만 브런치 글을 쓰는 일에 몰두했었다.

얼마 만에 쓰고자 하는 맘이 들었는지 나 스스로 놀라웠다.

난 무얼 하는 걸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아침에 눈 떠 아침을 맞고 밤이 되면 그자 잠을 청했다.

생각이 멈춘 시기였다.


연말에 사촌 동생의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갔었다.

행복해 보였지.

나와는 멀리 동떨어진 행복한 모습에 그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엄마와 동생도 서울에 같이 갔었는데 동생이 수술을 해야 해서 엄마와 동생은 서울에 남았고

난 제주도로 왔다.

집에 돌아와서 가게를 일주일 동안 쉬었다.

도착하자마자 집을 치웠다.

29일 새벽 다섯 시부터.

다용도 실을 파냈고 비닐봉지를 버리고 정리하고 안 쓰는 가전제품을 버렸다.

다용도 실을 끝내고 부엌을 정리하고 정리장을 버리고 끝없는 정리를 했다.

그러니까 29일부터 1월 2일까지 집 빆으로 나가지 않았다.

해가 뜰 때 스포츠 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고 씻고 해가 지면 가서 씻었다.

히루 내내 집에서 열혈사제를 틀어 놓았으나 의미 없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치우고 치우고 거실에 소파 방향을 바꾸고 이불을 빨고

전화도 엄마와 동생이 거는 전화 이외에는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았다.

식욕도 없어져서 1월 1일에 떡국은 생각도 없이 남아 있던 팥죽을 데워서 조금 먹었는데

부딪히는 나의 속에서 1월 2일 한 밤에 잠자리에서 다 게워내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그렇게 2025 넌 새해를 맞았고 1월 2일에는 가게에 가서 청소와 정리를 하고 준비를 했다.


2023년. 그리고 2024년.

5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 힘들었다.

손님, 사람.

어찌할 수 없는 관계에서 난 할 수 있는 바가 없이 허물어졌다.

손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던 나는 겁이 났다.

그는 내게서 무엇을 느꼈는지도 알 수 없었고 난 설명할 내용도 모르고 받아들여야 했다.

처음 겪는 일.

모든 것이 낯설다.

주인이 엉망이니 가게도 따라서 점점 어려웠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만들던 나는 점점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싶었다.

무엇을 할까 보다는 한숨만 깊게 피어났다,


2025년이 되면서.

별 다른 계획도 무엇이 되고자 하는 애씀도 없다.


어제 앉아서 생각나는 것을 정리해보려고 맘먹었다.

새로 온 계획이 아니라 단순하고 겪고 있고 매일 버겁게 지나치는 순간들을.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정리하는 것과 같다.

연재는 글쎄다.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쓰고 싶을 때 쓰는 게 우선인 것 같다.

너무나도 힘들게 보낸 2023과 2024가 시간이 흘러 적절함을 배울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면 한다.

난 그 사람이 잘 되길을 기원한다.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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