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품위란...
재승 오빠는 좋았다.
학교 다닐 때 뭐가 뭔지 생소한 곳에서의 생활이 낯설어 부딪낄 때도 그 모든 상황이
내가 혹은 나의 주변 친구들이 재승을 볼 때 늘 활기 있고 자신감 있고 거리낌이 없었다.
30년이 지나가는데 오빠는 같다.
그 시간 동안 왜 슬프고 좌절되고 불안한 시간들이 없었겠나..
오빠와 사소한 말장난 같은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 이 사람은 변하지 않았네'라는 끈적한 느낌이 가슴
저편에서 나를 토닥인다.
재승 오빠는 욕을 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다.
텍사스에서 자동차 도료를 제조하는 공장을 운영하는데
미국 백인들이 거의 다이고 한국 분은 세분 같이 일을 한다 했다.
직원 분들이 다툼이 많아서 초기에는 싸움 말리는 게 일이었고 상호 간에 이해를 돕고
이야기를 듣고 해결해 줄 수 없는 데 그냥 이야기를 듣는 게 자신의 하루 일과였다고 한다.
건아 언니와 긴 다툼이 있었던 3년 동안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그 시간 동안,
공장에서 백인 직원들과 업무 종료 후에 공장 마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했었단다.
" 다들 불행한 일이 많아 와이프 바람난 것 아들이 도박을 한 것 이웃이 강아지 케어를 하지 않는 것
듣고 있으면 내 일이 뭐였더라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했어"라 말한다.
자신은 혼자 지내고 있는데 그렇게 보낸 시간이 조각조각 남아 있다고 한다..
도료 회사이니 한번은 흑인 디자인 친구가 새로운 페인트를 가지고 왔는데
동물 패턴이었단다. 오빠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멀뚱 쳐다보니까
그 직원이 하루 내내 틈틈이 오빠를 찾아와서는 설명을 하고 또 설명을 하면서
공을 들였는데 오빠가 " 길거리가 동물원이 아니잖아 너무 화려해 차가 한대만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많이 팔아야 하잖아 생각을 해보자"라고 단념을 시켰단다.
욕울 하지 않는 오빠가 내게 단 한번 화를 내면서 욕?을 했었고 그게 맘에 걸려서 인지
더 가깝고 질 편해졌다. 난 욕을 들어도 그럴만 했었다.
성준이 오빠는 굉장히 차갑고 생각이 많고 한 것이 비해
재승이는 뜨겁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성준이는 감정 표현이 거칠어서 차분하지만 욕을 간간히 잘 섞는데
재승이는 슬쩍 인상을 쓸 뿐이다.
"있잖아 분쟁 조정은 그 새끼기 아니라 내가 적임인데"
재승이의 '새끼'는 성준오빠가 유일한 "새끼"이다.
가난한 단아한 학생에서 국제기구의 간부로 유명 기업 아들에서 거친 공장의 경영자가 된
두 오빠가 신기하기만 하다.
'친구 참 좋아. 성준이한테 주식 물어보면 최고 더라 그런데 이젠 국제 무기 감사?? 담당이라
아우 말도 안 해"
오빠가 이제야 말로 "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성준이가 배신했다고
한다.
내가 욕을 하지 않는 것. 사람을 다 귀하다 여기는 것 그게 내 "유일한 품위"라 하면서
피식 우는 재승 오빠.
그 웃음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