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손님들이 오십니다.
제가 글을 써봐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은 동기는 손님들을 기록 하고 싶은 맘이 제일 컸습니다.
매일 매일 메뉴가 바뀌는 덕에 매일 인스타에 오늘의 메뉴를 올려야 하고,
메뉴만 올리다가 가끔씩 주절주절 이야기를 올리면 좋아들 하시고.
가끔 “브런치 하세요.”라고 댓글도 받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가게는 모든 면에서 진심이여야 했고, 그 진심을 손님들이 알아주시고
주기적으로 찾아 주시고 서툰 저를 봐주시고, 이럴 때 사람 사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우리 서로” 일 듯 합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주기적으로 만나고 이야기하고 시간을 나눕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서로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보려합니다.
얼마 전에 말입니다.
젊은 여자 손님께서 땅콩 버터를 사가지고 나가시던 중 문 앞에서 깜짝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그 소리에 가보니 가게 앞에 참새 한 마리가 편안히 숨을 거두고 저리 누워 있더라는.
저랑 손님이랑 가만히 새를 내려다 보는데 갑자기 손님이 제게 말씀하십니다.
“사장님 빗자루 갖다 주세요. 제가 치울께요”
가만히 듣다가 제가 대답을 했죠
“이 가게 제 가게인데 왜 손님이 치우세요.”
”사장님은 못 치우실 것 같아서요“
아니 제가 살아도 훨씬 오래 살았고 제 가게일인데 왜 손님이 치우시겠다고 하시는지
갑자기 웃음이 터졌고 제가 치우겠다 걱정하지 마시라 하며 차까지 배웅을 해드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새 시신을 치웠더랍니다.
손님들께 저는 손이 많이 가는 새우깡 사장입니다. 믿음직하게 척척 해내는 일이 없는 듯 합니다.
신기한건 그래도 또 계속 오세요. 함박 웃으시면서 손 느려, 포장 잘 못해, 계산도 드문드문 틀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무척 자주 본답니다.
오픈하고 삼주정도 지났을 때 한국여성분과 메리가 왔었습니다.
한국 여성분은 야채스프를 주문하셨고 메리는 샌드위치를 주문했었습니다.
문제는 야채스프 육수를 소고기 육수를 썼다는 거였습니다.
한국여성분은 또박 또박 큰 목소리로( 매장이 워낙 작으니 다 들리죠) 메리에게 이게 야채스프냐 라면서 컴플레인을 했고 수능 영어 듣기 평가처럼 또박또박 제 귀에 꽂혔지만 제게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비굴하게 가만히 있었습니다. ( 나름 컴플레인하시면서 잘 드시는 중이시라 어찌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식사를 마치시고 둘은 떠나셨습니다.
다음 날 메리가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찾아와서는 어제 자신의 친구가 먹던 스프를 포장해가겠다도 해서 또 비굴모드로 ”그 스프에 소고기 들어갔는데“ 라고 대답했더니 놀란 메리가
”너 다 알아 들었니? 괜찮아. 난 너무 맛있어서 사러 온거야“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 날이후로 메리는 토요일마다 장바구니와 깨끗한 용기를 짊어지고 와서, 주말 제 냉장고를 털어가는 우수 고객이 되었고 얼마 후에 아담과 같이 왔습니다.
두 사람은 매주 주말에 와서 잔뜩 쓸어 담은 후, 제게 ”얼른 더 만들어“ 라고 하면서 저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담은 카드결제 하다가 단말기 용지를 교체 해야 하는데, 제가 할 줄 몰라 아담이 교체를 해준 후, 갑자기 키친타월을 가져오더니, 자신 옆에서 해보라고 하는데 얼마나 얄미웠는지 굉장히 밉살 맞았거든요.
그 해 크리스마스 세트 음식으로 라자냐를 했는데 메리가 무척 맘에 들었는지 다시 했으면 하는 문자를 주어서 지금까지 우리 가게 주말 고정메뉴입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살살 눈이 날리던 오후 네시쯤,
메리와 아담이 가게 문앞에서 두팔을 벌리면서
찾아왔었고, 누가 봐도 다이소 봉투에 엉망으로 성의 하나 없이, 초록색 나무를 그려,
호주 과자와 캥거루가 촘촘한 패턴의 오븐 장갑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습니다.
우리 셋은 엉성한 그림을 보며 소리내서 웃었고,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눴습니다.
나는 메리와 아담이 낯선 곳에서 나를 찾아준 것의 감사함을, 그들은 올 수 있어서 기쁨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지금도 가게에는 메리가 이별 선물로 주고간 캥거루 인형이 ( 내가 토끼야? 하니까 메리는 정색하면서 캥거루라고 정정해주었습니다.) 단말기 옆에 놓여 있습니다.
아담. 나 이제 단말기 용지 교체 완전 능숙하게 하는데 구경와라 보고 싶다.메리와 아담은 제가 있어서 너무 좋다고 제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도 했답니다. 저도 주말 냉장고 털이 손님 너무 좋았었습니다.
메리와 아담은 제 첫 단골 손님들이십니다.
학기 중에는 거의 매주 토요일날 방과 후 수업을 마친 규택씨가 점심 손님으로 오십니다.
악기를 하는 아우라와 본인의 분위기가 더해져 분홍조명 아래 오롯이 앉아 있으면 가보지 않은 파리의 분위기와 만나보지 않은 파리지앵의 느낌이 저렇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가끔 검은 정장에 삼선 슬리퍼를 신어서 혹은 하얀 양말을 신어서 제가 한 소리 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너무 근사했다 또 다른 날은 후줄근하신 남다른 분위기의 장인이십니다.
명란 고추장 찌개를 할때면 잘 빠진 수트를 입고 냄비를 들고 등장하시기도 하는데 슬쩍 죄송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부슬부슬 비 내리던 토요일 (벌써 날씨가 낭만적이죠) 규택씨는 파스타를 드시고 계셨고 저는 카운터에 앉아 커피를 홀짝 거리면서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가게에서 제가 규택씨에게 ”짬뽕 먹고 싶네요.“라 말 건네니
파스타를 감은 포크를 든 규택씨가 달큰하고 나즈막하게 ”사다 드릴까요.“ 라 말하셨죠.
세상에 너무 그윽하고 낭만적인 사람. 홀딱 반할만한 한마디 ”사다 드릴까요.“ 였습니다.
어느 파스타 파는 사장이 우아하게 파스타 드시는 손님에게 짬뽕 먹고 싶다 말을 건네고 세상 어느 손님이 망설임 없이 ”사다드릴까요.“라 답을 해주실까요!
그 단 한마디에 창밖 내리는 빗줄기가 아름다웠습니다.
가끔 여자친구 분이랑 오시면 또 다른 모습의 규택씨를 봅니다.
그 모습도 신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