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십니다.(2)

사람들

by 남이사장

사장님 전데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점심드시러 오시는 애교 많고 사랑스러우신 손님.

제가 많이 아파서 일주일 가게를 닫았었고 다시 오픈을 한 날 오셔서는

”사장님 이리 와보세요“ 하시길래 옆에 가니 저를 살짝 안아 주시면서 ”아프지 마세요.“ 하십니다.

이런 내리쬐는 사랑스러움에 어색한 저는 ”이거 놔봐요, 아직 아퍼, 왜 걸어나오래.“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짐짓 기분은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점심 시간 전,

낯선 번호의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사장님 전데요 저 지금 갈건데 파스타 부탁드릴게요“

하셔서 ”네.“했더니 ” 저 누군지 아세요?“ 하시면서 웃으십니다.

”아는 목소리 인데요.“ 하니 ”화 내실 줄 알았어요. 갑자기 전화하려니 어색해서요.“

그래서 예약자 이름을 ‘전데요’라 적고 휴대폰 이름도 ‘전데요’라 저장 되셨죠.

손님 저장 번호에 ‘아기엄마’도 있어요 .그 분은 성함을 물으니 ‘아기엄마요’ 하셨죠.

본 그대로 전해주신 그대로, 응용따윈 하지 않습니다.

짧은 점심시간이라 미리 전화주신 분이 밀크티를 건네시면서

”드세요 사장님 거예요.“ 하십니다. 옆에서 서빙 해드리는데 ”오~~~사장님 마스카라~~.“ 하시면서 웃으시고 –손님들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합니다. 다들 한마디씩 거드시는 통에-

그날 손님은 식사를 마치시고 결제를 하시는데 갑자기 현금을 카운터에 쫘악 펼치시면서 ”오늘 돈이 돈을 부를거예요 기대하세요.“ 하고 가셨는데

그날 유난히 현금 결제 고객님들이 많으셔서 마감하면서 ‘정말이네.’ 했죠.

현금을 불러 주시는 사랑스런 ‘전데요’ 손님이십니다.






허교수님, 정교수님

가게 오픈 초기에 예쁜 여자 손님과 바다 사자 같으신 남자 손님이 오셨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근처 대학 교수라 했고 난 ‘누가 물어봤나’ 라 생각하면서 시큰둥 했었습니다.. 그게 우리 첫 만남이였죠. 예쁜 여자 손님은 어느덧 삼년 지나니 허당기가 물씬 나는 허교수님이고 바다 사자 같이 덩치 큰 남자 손님은 정교수님이십니다.

허교수님은 밤낮으로 각종 정보를 DM으로, 카톡으로 보내 주시고 전 그 정보의 바다 위에서 허우적 피곤해 하면서 감사해합니다. 요새는 갑자기 먹태깡에 꽂히셔서 ”언니 이거 먹어봤어요? 저 먹어 봤어요.“ 하는 통에 ”그만해 그만해.“ 하는 중이며 한층 허당기를 풍기면서 이야기 할때면 ”널 누가 서울대 나왔다고 하겠니“라 퉁 주면 ”그러니까 우리 집사람(남편분)도 잘 모르더라구.“ 합니다.

이 두사람은 제가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편히 하소연을 할 수 있는 세 분의 손님 중 두 분입십니다.

한분이 또 어마어마 하셔서 그 분은 따로 이야기 해야합니다.

말 한 적이 없는데 내가 병 따는게 힘들다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병 오프너를 구입해서 가져다 주고, 솥뚜껑을 어디에 두었는지 한달 넘도록 못찾았다하니 정교수님이 ”저기를 열어서 하나씩 찾아봐 나올거야.“ 하셨는데 찾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굉장히 큰 솥뚜껑이였습니다)

에어컨 청소하는 추운 날 굳이 아이스크림을 사와서는 구석에 셋이 옹기종기 모여서 덜덜 떨어가면 아이스크림을 먹고, 강의 사이사이 빈 시간에는 ”언니", "경남아.“ 부르면서 찾아와서 같이 커피를 마시고 ”메뉴판 써줘. ( 디자인과 교수님들)“ 라고 하면 메뉴판도 써주고 중요하게 접대할 일 있으면 모자란 나에게 와서 식사를 하시고.(제 음식 덕분에 자신의 어깨가 올라갔다며 잊지 않고 칭찬과 찬사도 남겨주시고.) 온수기가 터져서 분수처럼 물을 뿜어낼 때 기적처럼 나타나서 (주말이라 어쩔 방법도 없었을 때) 샌드위치 하나에 좋아라 온수기 고쳐주신 정교수님. 얼마전에 사람에게 속상한 일이 있어 허교수한테 말했더니 아주 진지하게 하지만 신나게 ”그냥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해. 안 좋은 시기에 언니가 그 앞은 지나가다가 걸린거라고, 별 일 아니라고“ 말해 주던 나의 경원이.

우리 잘 해 봅시다. 제발 엉뚱한 메뉴 하라고 하지마세요. 사과파이, 팬케익 등등.

나 스프집 이년차에 정교수님이 식사 하시다가 ” 스프 맛있다. 너 스프집해라“

하셔서 마음에 깊은 상처 받았답니다.

좀 거칠긴 해도 우린 좋은 사이입니다.








친애하는 토마토 샘


작년 오월달 어버이날 메뉴로 LA갈비를 준비 하는데 날씨가 이틀 연속 너무 안 좋았었고, 동네 기름집이 문을 닫아서 참기름 준비를 못해놓고 마트에서 사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갈비를 바라보면서 고심하는데, 토마토 샘이 퇴근 길에 들리셔서는 하늘색 가방에서 ” 사장님 참기름이예요“ 하시면서 저 참기름을 아더왕 검 뽑듯이 빼서 주셨습니다. 받는 순간 경이로운 마음에 감탄사만 나왔습니다.

토마토 샘은 남이 스프앤소스의 이사급 이상의 위치에 있으시며, 메뉴 추천의 권위를 가지고 계십니다.

오픈 초기에 귀엽고 자그마한 분이 자주 오시길래 -너무 자주 오시길래 눈에 띄셨는데 후에 테이크 아웃 주문을 병원으로 하셔서 의사선생님이시란걸 알았습니다. - 일년 후죠

(제가 손님들 직장이라든지 하시는 일을 안 여쭤보는데 – 솔직히 궁금하지는 않거든요. 다들 제가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시고 말씀 하시다가 ”모르셨어요?“ 하고 놀라시고 ”저는 ***을 해요“라 알려주시는 요상한 시스템이랍니다) 게다가 정신과 선생님이세요.

그래서 저녁 마감전에 항상 치료와 다독거림을 받는 느낌입니다.

요근래 칼부림 사고 나고 흉흉할 때 들어 오시면서 ”다들 좀 남들이 잘 사는걸 봐주면 되쟎아. 다 똑같이 불행해야겠나구요.“ 하셨고 자살에 대해서는 ”죽은 다음의 세상이 지금보다 나으리란 보장만 있으면 죽는거 괜찮죠.“ 라 하십니다.

따님과 남편분 흉을 보시는데 가만히 듣다보면 자랑이시라 제가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으니) 십분 드릴게요. 하면 투 비 컨티뉴도 하시고.

제 음식이 맛있다고 해도 얼마나 맛있겠어요? 늘 맛있다 맛있다 해주시고 좋디 좋다 해주시니 제가 그 기운을 받는 듯 합니다. 안 받아본 선물 없는 듯이 어디 가실때마다 제 것 챙겨 주시고 다정히 건네주십니다. 피곤한 저녁 퇴근 길에 들어오시면서 ”미치겠어요.“하시면 얼마나 귀여우신지 모릅니다. 제가 애정하는 누가뭐래도 최고인 VIP 이시랍니다.







나를 살펴주시는 건물주님

제가 건물주님의 총애를 받는건 손님들 덕분일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주차 갈등. 우리 가게 손님들은없었습니다. 오히려 가게 손님들은 먼 주차장에 세우시고 빌라 분들은 가게앞에 세우셔서 제가 그냥 앞에 세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쓰레기 하나 버리시는 손님들도 없으시고 늦은 밤 예약하셔도 건물주님이 ”은은하게 계셔줘서 좋아“라 말씀하십니다.

구안와사 걸린 임대인 살피시느라 가게 한가한 오후에는 슬쩍 들르셔서 틈틈이 입 상태 봐주시고, 어느 추운 겨울날 찐만두 가져다 주시는데 사나운 임대인이 옆에 가서 ”이리 잘해주시다가 임대세 퍽 올리시면 전 그날 바로 가게 뺄거예요.“하니 ”아니여게 아니여게 이 아이 보라 겅 안하여“ 하십니다. ( 제주 사투리 아니야 아니야 얘좀 봐봐 그렇게 안한다.) 얼마 전에 임대차 계약서 연장하는데 ”제가 기간 얼마나 해요?“ 하니 ”너 원하는대로“ 하셔서 ”임대세는?“ 하고 여쭈니 ”고정으로“ 라 하셔서 좋으면서도 무섭던데요.






저라고 좋기만 한건 아니예요

희색 아우디에 흰 원피스에 손톱 고우셨던 분. 가게 물건 둘러 보시더니 ”사장님“ 하고 부르셔서 옆에 가니

손가락으로 제 포장된 음식들을 가르키며 ” 가격을 내려보시는게 어떨까요?“하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통 어찌 반응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마지못해 산다란 표정으로 사서 나가시는데 정말 뺏어 오고 싶었었습니다.

저녁 무렵 해 뉘엿뉘엿 지는데 한 분이 들어오셔서는

”이 가게 전 카페 주인은 집안이 잘사는 집이라 그래도 견뎠는데 버티실 수 있겠어요?“라 말씀하시며 걱정을 해주시는건지 속을 긁으시는건지 알 수 없는 의도의 말에 그저 대강 듣고 있는데 갑자기 카드를 만들라 권하시길래 듣고 있던 저 한마디 했습니다.

”저희 집이 잘사는 집이 아닌데 카드비는 갚을 수 있겠어요?”

뭐 저런게 있나 싶은 표정을 지으시더니 나가셨습니다.





제 첫 차단 손님

12시 점심 예약 하시고는 12시에 전화 하셔서 1시 30분으로

1시 30분에 전화 하셔서 3시로

저 독촉전화 안합니다.

단계별로 늦춰지는 사정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1시반의 세시 연장 전화에 바로 수신차단 하고 다른 예약 받았습니다.

여섯시까지 미루실 것 같았거든요.

내내 기다리느니 포기를 택합니다.





토요일 오후 – 샌드위치 손님

정원이 어머님은 샌드위치 단골 손님이십니다.

종종 갑자기 방문하셔서

맛있는 빵 사셨다고 주시고 돌떡도 주시고 하셔서

제 친구가 그 장면을 보더니 “아름답다.”고 말했죠.

저희 가게에 세 분의 육아 휴직 중인 어머님들이 제 샌드위치를 즐기십니다.

간편하기도 하고 적당히 가격도 나가서 대접 받는 느낌이 나신다고 평하세요.

살짝 점심시간 넘긴 토요일.

아기는 아버님께 맡기시고 근처 도서관 나오셨다가 들르셨다고.

아기 없이 처음으로 가게에서 느긋하게 앉으셔서 커피를 한 잔 내려드렸더니

다른 메뉴 3개를 테이크 아웃 하시겠다 하십니다.

게으르게 일어나 음식을 하기 시작하는 제 모습이 가관인 듯 웃으시고, 저는 진지하게 샌드위치 만들 땐 말씀을 삼가 해주시라 부탁드리고 (샌드위치 만들때의 대화는 반드시 문제를 일으킵니다.)

뭔가를 사러 오시지 않으셔도 근처 나오시면 오시라고, 아기 데리고 오셔도 좋다고 하지만 반드시 유모차에 태워서!라고 말씀드렸더니 또 환하게 웃으십니다.

별 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저 그렇게 좋았던 살짝 멋진 날. 좋은 가을의 토요일이였습니다.

*언젠가 오전에 샌드위치 네 개를 팔았는데 맙소사 네 개의 레시피가 다 각각으로 팔았더랬습니다. (어떤건 빼고 어떤건 더하고 엉망진창이지만 맛은 있으셨을 겁니다. 제 생각에는.)

그리 말 걸지 마시라고 일러도 굳이 말을 붙이셔서는.

전 그 네 분이 만나셔서 샌드위치 열어 비교 하실까 두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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