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스프 앤 소스는 소소하게 웃을 일이 참 많습니다.
그저 다행인 것은 큰일이 없어요. 나쁘든 좋든
그냥 소소한데 재미있습니다.
저녁 마감하고 집에 돌아와 쉬고 있는데 내일 저녁 식사하고 싶으시다고 예약 문의 전화가 왔다.
살짝 떨떠름하게 “예약 시간이 너무 늦으신데요” 대꾸하는데 뒤에 계시던 엄마 “그냥 받아” 그 눈총에
접수.
남자분, 여자분. 첫 만남 자리였다.
예약한 시간 십분 전쯤 산뜻한 크롭티에 매력적인 긴머리의 여자분이 오셨고,
차분하고 단정한 남자분이 도착하셨다.
그런데 너무 늦은 예약에 떨떠름했던 난 어디로 가고 내가 설레기 시작했다.
라구와 봉골레를 주문하셨는데 주문하시지도 않은 샐러드를 색 이쁘게 맞춰서 먼저 드리고 봉골레는 바지락 껍질이 대화에 방해 될까 싶어 열댓개를 후딱 까고 너댓개는 모양상 그냥 놓고 페파로치노 주책없이 목에 걸릴까 싶어 따로 조금 놓아드리고.
다 드신 후 커피를 내갈까 말까 머리 터지게 고민하다가 근처 이쁜 커피집 많으니 나는 커피 내지 말아야겠다 했다.
일어나시면서 남자분이 “맛이 어땠는지 정신이 없네요.”하셨고, 주책맞은 사장은 “ 저는 마감시간이니 가게 앞에 차 주차 하시고, 근처 커피집 살살 걸어 다녀오세요.”라 말씀 드렸다.
좋은 시간을 보내셨을까 잘 만나고 계신지 그 저녁의 결과가 궁금하기도 하고 만남의 결과가 어찌되었든 나는 아름다운 설레임이 있는 저녁이었다.
연말에 출근 길 동생 차에서 라디오사연을 받는다고, 고마운 사연을 나누는“산타 합시다”라는 코너에서 사연을 받는다는 내용을 들었다.
하고 싶었다. 내가 고마울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 손님들이시고, 사연을 보내면 될 듯한 느낌도 있었던 나는 저녁때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귤을 까먹으면서 작은 의자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써 보냈다.
보낸 후엔 “설마 되겠어. 잊어야지”했다.
그리고 그날 아침엔 엄마와 투닥거렸고 (엄마와 아침에 부엌에서는 만나면 안된다.) 기분이 상한채로 운동을 다녀왔는데 핸드폰에 내 사연 방송되었다고 손님들이랑 작은 어머님이랑 문자가 가득 와있었다.
생애 처음 보낸 라디오 사연이었고, 되리라는 기대감도 없었기에 어리둥절 했다.
못 들은게 못내 아쉬워서 pd님께 간청해서 파일 받아서 밤에 네 번 정도 들었다.
이제후 아나운서님이 남이 스프앤소스 가게 이름을 읽어주셨는데 그분 목소리가 그리 좋았나 싶었고 사연 후에 라따뚜이의 ost “Le Fastin” 선곡은 우리 가게와 찰떡이었다.
감미로운 한해의 마무리였었다.
“제가 의사인데요. 제가 의학 잡지에 이 가게에 대한 글을 썼어요.”
라고 우주샘이 말씀하셔서 “이건 또 뭔가?”
어리 둥절하고, 과연 의학잡지에 뭐라고 쓰셨을지도 궁금하여 읽어보고 싶다하니 혼쾌히 보내 주셨다.
저리 친절하지 않은 사장이라 말씀하셨지만, 귀엽고 까칠하다 말씀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우주샘은 내가 코로나를 앓고 출근 한 날 오셔서는 병세를 물어 봐 주시고, 코로나가 타인에게 전염되는 시기가 끝난 것이지 증세는 남아서 조심해야 한다고 살펴 주셨었습니다.
쌍둥이 아버님이신데 오실 때마다 분명히 쉬는 날이신데 피곤해 보이시고, 포켓몬 빵 구하셨다며 자랑하시고, 어디선가 맛있는 소스 먹었는데 정말 맛있으셨다면서 당신이 구입하셨으니 가져와 보시겠다고 드셔 보시라고 하시는 귀한 분이십니다.
우리 손님들은 제일 앉고 싶어 하시는 자리이고, 난 가장 권하기 싫어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엔 우린 거리가 필요한데 왜 자꾸만 다가 오시는지. 저는 정말 숨고 싶다구요!
퇴근 길 테이크 아웃 음식 기다리시며 마주 앉으셔서는 짧은 대화를 하고 조금 웃고 헤어집니다. 대화 내용은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부서지는 가볍지만, 깊은 속내이기도 합니다.
무뚝뚝한 사장은 쉽사리 편도 안들어주고 “가고 싶은데 못가요.”라 하시는 손님께 “ 가면 돼요. 뭐가 문젠가요.”하면서 쉬운 답을 제시 합니다. 아이들 걱정하시면 “그 나이때 엄마 말 너무 잘 듣는 것도 정상은 아닐거예요”라 위로합니다.
위로가 되실지는 모르겠만요.
제 주제에 무슨 위로를 해드리겠어요. 들어드리고 듣고는 잊어버리고 하는거지요.
남자 고객님들은 저 자리에 앉으시면 잔소리를 점잖게 쏟아 내십니다.
“ 사장님 물 넘치는데요.” “ 행주 주세요. 제가 닦을게요”
제가 가위 위치를 정말 잘 잊어버려서 키 크신 손님오시면 “자 여기서 가위를 찾아 보실까요”
라 제안 드리면 또 열심히 찾아 주시기도 합니다. 저 자리에서 들은 말들은 저 자리에서 잊어 버리려고 합니다. 서로 잘 잊어 주는 것도 미덕입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에는 세트메뉴를 준비합니다. 나름 표현하자면 잔치입니다. 공식적으로 12월 23일은 끔찍한 노동절이며, 공식 휴무일입니다.
산더미같은 재료들을 쌓아두고, 혼자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밖에 눈이 펄펄 내리는 것을 보면서(이년 연속 눈이 왔었네요.) 컵라면을 먹으면서 일을 합니다. 묘한 쾌감이 있어요.
- 열심히 사는 서민갑부 느낌 정도 -
몸은 힘이 들지만 마지막 포장을 할때쯤엔 진심으로 한 포장, 한 포장에 감사와 축복을 기원하는 제 마음을 함께 포장 합니다.
크리스마스 새벽이 되면 선물처럼 고객분들께서 제 음식을 즐기시는 사진이 쏟아집니다.
이만한 선물이 있을까 싶죠.
몸이 퉁퉁 붓고, 팔다리 움직이기도 싫은 상태 이지만 기분은 째집니다.
실은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예쁘게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리라 마음 먹고 초록 니트 원피스와 털모자를 샀는데 헛된 희망이였습니다. 츄리닝에 화장 안한 얼굴, 초라한 앞치마를 동여 매고, 돈 받고 물건 내 드리고 돈 받고 물건 내드리고, 이것이 진정 “메리크리스마스”인지도 모르겠지만 곱게 단장하신 손님들이 부러웠습니다. 눈 내리는 새벽. 컴컴한 새벽을 달려가는 크리스마스는 온 세상이 저를 축복 해주는 듯한 감사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오른쪽 소녀 사진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상상해 주세요.
점심 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에 들어오셔서는 “저 서울 가요.”하시면서 아쉬움을 나타내주시고 헤어진 손님.
그리고는 시간이 한참 지나 가게에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유럽 여행 중이신데 제 생각이 나서 이것저것 보내 주신다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마지막에 인사 못해 서운했다고 하시면서.
소포 뜯는데 감사함에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죠. 이런 사랑 받아 보셨나요?
순간 순간 울컥울컥 합니다.
직장 잘 다니시고 건강하시길...
우리 형식적인 인사는 접고 만나서 이야기 해요.
토요일 세시.
예약 드문 시간.
갑작스런 예약.
고우신 제 손님이 제게 꽃을 건네시면서 “저 오늘 가요 조금 있다가 비행기 타요” 하십니다.
헤어짐은 알았지만 오늘일줄은 몰랐습니다. 유난히 육지 분들이 많아서, 들고 나고 잦은 가게,
손님 낯 가리는 저는 이런 헤어짐이 힘이 듭니다. 손님들도 힘들어 하셔서 웃기긴 해요 이깟 식당사장이 뭐라고 떼어내기 힘들어 하시나 싶기도 하고 감사하고 상황이 서운하고.
인스타 팔로우를 우수수 취소하세요.
사진 보면 못 참으시겠다고 당분간은 맛없는거 찍으라고 ... 협박을 곁들이시면서.
기억해봐요. 우리 좋았쟎아요 그거면 된거예요
잘 되고 잘 됩시다. 감사했습니다.
이틀 전에 오픈도 하기 전에 나를 기다리고 계시던 낯익은 손님.
초기 단골 손님이셨는데 거의 일년 반만에 나타나셔서 반가웠습니다.
“저 공무원 시험 합격했어요”
저는 이럴때마다 기립 박수 치는걸 좋아하는데, 서 있던 지라 손뼉으로 크게 치며 기뻐했습니다. “와. 장하세요. 힘들었겠다. 잘 됐어요.” 있는 힘껏 축하도 해드리고 기뻐해드리고.
“ 너무 오고 싶어서.. 스프 있죠? 주세요” 그날은 스프가 끓이고 싶어서 아몬드 스프를 한 솥 끓여놨었는데, 이분 드리려고 그랬나 봅니다.
저는 제 손님들이 좋은 사람들이길 바랍니다.
저에게 와서 매상을 많이 올려 주신다고 좋은 손님 아닙니다.
제 자리에서 최선의 생활을 하시는 선한 분들이 제 손님이였으면 합니다.
손님들은 손님들의 제 자리에서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의 모습을 서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분 임영웅 티켓팅도 성공하셨다고 자랑하셔서 '올 해는 뭘해도되는가 보다.' 했습니다.
에피소드 차고 넘치는데....마무리는 해야겠죠.
손님들을 매일매일 만나니 이야기들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