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 음식이야기 해봅니다.
요리를 공부해본적 없습니다. 그 흔한 쿠킹 클래스도 경험한 적 없습니다.
동네 교육원에서 하는 일본 가정식 수업과 늘 긴장감이 맴돌던 제과 제빵학원 3개월 이수가 제 학벌에 전부입니다.
가게 오픈하고 얼마 안되서 제가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이라고 어느 분이 쓰셔서 아니라고 정정 글을 달고 손님들은 가만히 있으라 하시고 했었던 헤프닝이 있었습니다.
어려서 음식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잘 먹긴 했습니다.
미국 유학을 갔고 그 때는 유학생 오빠 언니들 라인이 좌재벌 우박사이던 시절이였고
밤 늦게 기숙사 지하에서 라면 스프에 고추장 풀어 밥통에 수제비를 하나 가득 끓였던 게 제 요리에 시작이였는데 아카데미 시상식 박수와 같은 찬사를 받았었습니다. ( 생각해 보세요 새벽 세시 감자칩과 버드와이저에 취한 그들에게 뜨끈한 수제비는 얼마나 맛있었겠어요? 와사비를 가득 넣었어도 박수 받았을겁니다. 좌재벌우박사 입장에선 서민체험이였을 수도 있겠지요.)
그때부터 각종 모임때마다 저를 불러서 같이 음식 준비를 하고 즐기고 언니 오빠들 친구들의 잘한다의 소리에 힘입어 재미도 있었고 그럴 듯하게 맛도 있었다니까요!
제가 요리를 해줬고 재벌오빠들은 맛있는 것을 잘 사주면서 귀여워하고.
그리 지내다가 제 인생의 암흑기가 찾아왔고 저는 요리책에 빠집니다.
맨하탄 링컨센터 옆에 있던 반스앤노블 서점을 제일 많이 갔었는데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전시된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었어요. 별천지 같이 요리책은 많았고 누구하나 방해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요리책은 영어도 쉬웠습니다.
아침에 들어가서 해질녁까지 요리책, 인테리어 책, 만화책 신나게 봤었는데 그게 제 힘이 되었습니다. 그때 최고의 쉐프로 불리던 노부 책의 요리는 너무 근사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거 몇그릇 먹어도 배 안 부르겠던데요. 서운하게.
일단 전 요리를 쉽게 합니다.
재료는 좋은 것 쓰는걸 정말 진심으로 선호해서 가끔씩 손님분들이 “이거 쓰세요?” 하시면
“많이 팔리지도 않는데 그냥 우리끼리 이거 먹죠 ” 답합니다.
유기농 딸기 잼 만드는데 왜 어떤 설탕을 쓰는지 확인 안하실까? 전 늘 궁금하거든요.
전 음식에 msg를 안 씁니다.
무슨 기준이나 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쓸 줄을 몰라요.
양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제가 사용하는 대기업 제품에 넣어 주셨을거라 믿기도 하구요. 한 번은 사용해 봤는데 너무 맛있어져서 깜짝 놀랐지만 기분이 영 찜찜해서 그냥 안 씁니다. 고추장 찌개나 짜장을 팔때면 고객님들께 “다시다나 설탕 넣으세요. 정말 맛있어져요”라 권장을 하지만 굳이 그렇게 맛있게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씀 드립니다.
디 쓰기엔 양이 방대하여 두세개 정도만 소개 드립니다.
리코타를 만드는 것은 좀 원시적이지만 저리 해야 맛있어요. 라자냐에 리코타를 넣는 것에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거든요. 리코타 그득한 라자냐. 우리 가게 주말 메뉴이고 크리스마스 메인 메뉴이고 이해할 수 없으나 발렌타인 데이때에도 심심치 않게 찾으십니다.
정말 손 많이 가고 번거롭고 그렇답니다.
라자냐는 고양이 아홉 마리를 키우던 제인 할머니께 배웠습니다. 리코타가 두꺼운 라자냐를 처음 먹었는데 기가 막히더군요. 그래서 물어 봐서 겨우 레시피 따냈었는데 시간이 흘러 이리 써먹네요. 미트 토마토 소스 깔고 라자냐 얹고, 고기 볶아 넣고, 바질 페스토 바르고, 라자냐 깔고, 리코타 얹고, 시금치 혹은 루꼴라 얹고, 토마토 소스 바르고, 라자냐 덮고, 토마토 소스 ,루꼴라, 모짜렐라 얹어 마무리합니다.
작년 3월달에 코로나에 걸렸고 저는 스물하나 스물다섯 드라마와 샌드위치 쿠킹북과 함께 격리 되었습니다.
드라마 보다가 졸고, 샌드위치 책 보고, 자다가 드라마 보는 일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작년 초만해도 샌드위치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 일이 너무 많으니까- 힐 엄두를 내지 못하였었는데 코로나 격리시간을 보내니 간절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격리 끝나자마자 이 샌드위치 저 샌드위치 만들어 손님들께 맛 보시라 돌려보고 동네 분들에께 드시보시라 하면서 의욕을 불태웠고 여러 과정을 걸쳐 현재는 일주일에 하나씩 메뉴를 바꿔가며 선보이고 있습니다. 제 머릿속에 샌드위치 메뉴 어마어마 하죠. 밤낮으로 책보고 동영상 보고 구글 검색하고 했다니까요.
일단 저는 빵은 굽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야 밀가루냄새?가 덜 나는 것 같아서요.
스프레드는 마요네즈, 땅콩잼, 사우어 크림을 비롯한 각 종 드레싱 종류를 재료에 맞게 씁니다.
야채는 새벽 오일장에서 주로 구매하고 샌드위치는 야채빨이라 생각하고 싱싱한 야채를 높이 놓이 쌓습니다.
메인 패티도 다양하게 돌려 가면서 쓰고 있죠. 고도 높은 샌드위치로 유명하답니다.
손님들이 앞에서 “사장님 무너져요. 그만 넣으세요.”하시면 큰 칼로 꾸욱 눌러 주면서 멋지게 대답하죠.
“다시 쌓으면 돼요. 걱정 마세요”
아. 제 샌드위치 별명 있어요.
’ 나만 먹는 샌드위치‘
누군가에게 사주기엔 가격이 좀...세거든요.
얘는 정말...
일단 시간 네시간 걸리구요
재료도 소고기 듬뿍이라 (저는 애정하는 정육점에서 한우 받아 씁니다.) 재료비도 만만치 않구요 (요새는 야채까지 거들어서 더더욱 하늘 높은줄 모르는 중이죠)
제가 원하는 맛이 있어서 각종 레시피를 모아 모아 오븐에 두시간 돌려도 보고 세시간 돌려도 보고 했는데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끓여봤어요 여덟시간까지.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가게 문 열고 문 닫을 때 까지 그냥 끎였었죠.
인덕션 레벨 4에서 일어나는 기적이 있더라구요.
라구의 마법은 불 위에서 세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바뀌는 것에 있답니다.
라구 특유의 은은한 기품이 있는 향이 푹 푹 가게에 퍼지거든요. 고기가 뭉근하게 퍼지고 토마토의 향이 묵묵하게 퍼지면 “됐구나.”하고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파게리와 함께 하는 라구는 근사하답니다.
일년에 네 번 정도 LA 갈비를 합니다.
목돈이 훅 나갔다가 훅 들어오는 신나는 메뉴입니다. 간단할 듯 하지만 혼자 하다보니 과정이 복잡합니다.
“LA 갈비 합니다.” 공지하고 주문을 받고, 고기 발주를 하고, 양념을 만들고, 고기를 받고, 재워서 무게 맞춰 포장을 하고, 새벽길을 오고 가야 하는 일정이 따라 붙습니다.
제일 하기 싫은 일은 핏물 빼는 과정인데 이번 추석때 구매한 고기가 박스를 열어보니 기름이 많아서 저는 가위를 들었습니다.-추가 작업과정이 생긴거죠 -
핏물을 뺀 고기의 양 옆으로 붙은 기름을 잘라 내기 시작 했는데, 무게가 돈이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고기를 살 땐 기름몫도 다 지불했는데, 기름을 잘라내면 남는게 줄어 든다는 생각은
가위질을 끝내고 나서야 인지 했습니다.
제 몫을 따질 때가 아니라 저 기름이 붙은 채로 드릴 수는 없다가 먼저 였습니다.
무게는 퍽퍽 줄어들었고 늘 그렇듯이 주문 하세요. 주문 하세요. 할때는 가만히 계시다가 막판에 주문이 불이 붙고, 당연히 주문한 고기양은 모자를 수밖에요.
제 귀여우신 도토친구님께서 기름도 무게 달아서 팔라고 문자 보내셨네요.
이건 제 손님들의 특징인데요.
제가 모자라서 그런지 제 몫을 저보다 더 챙겨 주세요.
“야채 비싸니까 시가 하세요”
“돈이 적게 나온 것 같아요. 다시 해보세요”
“현금 준비해왔어요. 계좌 번호 주세요.”
재미있고 감사하죠.
이번 갈비 포장은 용기 포장을 해서 훨씬 수월했지만, 지난 설 명절 때 저를 도와 주겠다며, 의욕 넘치던 소영이가 “다시는 갈비 포장할 때 보지 맙시다.”
했었습니다. (그때는 진공비닐로 포장했는데, 말도 마세요. 양념은 묻고, 그걸 닦고, 진공하고 ...그런 말 들어도 할 말 없었죠.) 아무튼 일을 하면 요령이 붙는다고 제 요령은 돈을 써라 였습니다.
세상 편하던데요. 깔끔하고 이쁘고.
제가 포장 공포증이 있거든요. 포장을 정말 못 하는데 테이크 아웃 전문입니다. 쯧쯧.
갈비를 팔고,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굽는 요령 동영상도 올리고, 바빠요 바빠.
명절이 자나갈 즈음엔 맛있었다. 디엠 칭찬도 받고, 또 그렇게 고되고 힘들었던 기억 잊어 버리고, 시간이 지나가고, 또 다시 갈비 팔 생각을 하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끔찍하긴 하지만 잘 하고싶은 욕심도 있고 결과를 기다리는 설렘도 큽니다.
제가 LA갈비와 떡볶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필수재료는 샘표701 간장과 우리 동네 기름집 국산 참기름입니다. 맛과 향이 달라요. 그래서 아침에 기름집에 달려가서 막 짠 기름병을 들고는 흐뭇해 합니다. (손님분들은 제가 뭘 썼는지 관심없으세요. 저만 압니다)
핏물을 뺀 고기에 설탕을 주욱 한번 뿌리고, 설탕을 제외한 양념에 푹 담궜다가, 하루정도 숙성하는게 제 방법입니다. 물엿 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제 후라이팬은 소중하니까요.
끈적한 고기 양념을 구운 팬은 작살나기 마련이랍니다.
나름 고급스럽게 해보려고 궁중 떡볶이 레시피와 비슷하지만 살짝 다르게, 여러 가지 버전으로 준비합니다.
떡볶이는 주문 사항이 정말 각각이세요.
혀가 탈 듯이 매운거. 달달한 거. 전 맵찔이예요. 등등
그래서 매운 정도를 스스로 조절 하시라고 고추 소스를 따로 만들어서 드리고 있습니다.
스리랏차에서 좀 더 엣지있게 매운 맛을 살려서
청양고추, 빨간 고추, 마늘, 레몬즙, 설탕을 넣고 액젓으로 간을 살짝 맞춰 갈아서 만듭니다. 스리랏차는 고추를 데쳐서 만들어 부드럽다면 얘는 발악발악한 맛이 있습니다.
떡볶이 소스에 설탕은 떡볶이가 달달하면 양을 줄이고, 안 달면 늘리고 하면서 양을 맞춥니다.
책에 나오는 정량보다는, 자신의 미각을 믿어보는 것도 요령 같습니다.
어느 날은 좀 맵게, 또 다른 날은 달게 먹고 싶지. 매일 같은 맛을 어찌 먹나요?
숫자로 맞춰 보다가, 혀로 맞춰가면 더 쉬워 집니다. - 요리책 저자가 어찌 제 입맛을 압니까!
대강의 비율만 맞춥니다. 한 스푼 두 스푼은 답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