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월
보통 MBA 학생들은
가정을 꾸려 온 경우가 아니라면
1학년때 룸메이트를 구해 함께 산다.
비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네트워킹이다.
MBA에 온다는 건
새로운 직장뿐 아니라
사람을 많이 사귀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나는
조금 다른 이유로 MBA에 왔다.
숨어 지내던 방에서 나와
오래 함께했던 파트너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러 왔다.
이제는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며 살겠다고
조용히 다짐했고,
그 첫 시작이
혼자 사는 일이었다.
내가 구한 집은
캠퍼스에서 의도적으로 조금 떨어진
다운타운에 있었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건물보다
고즈넉하고,
확 트인 구조의 집을 좋아한다.
이번 집도
거실이 크고
사각형으로 시원하게 트여진
오래된 주택이다.
밖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고,
햇살이 거실 한가운데까지
따뜻하게 스며든다.
방은 아주 작고 아담해서
퀸사이즈 침대 하나가 들어가면
꽉 찬다.
가구를 고르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딱 하나였다.
아주 큰 테이블.
그 테이블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작업할 때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이 생긴다.
누군가를 위한 테이블이 아니라,
나만을 위한
큰 테이블.
그땐 몰랐지만,
이후 나는
이 테이블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온기를
나누는 법을 배운다.
갖가지 한국 음식을 손수 차려
외국 친구들을 초대하고,
자주 한국 음식 파티를 열게 된다.
오늘도 나는
하루 종일 이어진 바쁜 일정 속에서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털썩 앉는다.
하—오늘도 잘 버텨냈다.
안도의 숨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턴테이블에 바늘을 얹고
퀸의 Don’t Stop Me Now를
조금 크게 틀어놓은 채
괜히 집을 한 번 청소한다.
그리고
작고 편안한 방으로 들어가
잠시 낮잠을 잔다.
이 집에서
혼자 살기로 결정한
나에게, 고맙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사람이 아니라,
숨을 돌리고
나만의 리듬으로
다시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것은
고립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나다운 삶을 향해 가는
나만의 여정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