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친구, 마지 (a.k.a 프리덤)

허밍버드가 이어준 인연

by Nami

아침 등굣길, 버클리 캠퍼스까지 15분.
나는 이 길을 천천히 걷는 아침을 좋아했다.


길가의 나무들,
따스한 햇볕에 반짝이는 잎,

그리고 허밍버드.


그날도 나는
허밍버드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미소 짓는 사람이 보였다.


헐렁하지만 세련된 옷차림.
마른 몸에 단단한 허벅지,
흑인 특유의 꼬인 머리,
자연스럽게 툭 얹은 파나마 모자.


이빨이 훤히 보일 만큼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그녀도
나와 똑같이
허밍버드를 보고 있었다.


"안녕."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너, 오리엔테이션 때 봤어."
그게 시작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Margie, 마지.


마지와 함께 있을 때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걸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같이 걸어도 어색하지 않았고,
침묵이 생겨도 급하게 채우려 하지 않았다.


마지는 영적인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 5시에 혼자 요가를 했고,
요가 강사를 할 만큼 깊이가 있었다.


일상 자체가
명상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곧 친한 친구가 되었다.


판단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
나는 모든 걸 내려놓고
웃고 떠들 수 있었다.


우리는 영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동물과 자연,
우주와 보이지 않는 기운들.


나만 혼자 간직해왔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마지는
MBA라는 공간과
어딘가 맞지 않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모임,
사회생활의 축소판 같은 일상.
성과와 속도를 위해 설계된 구조.


감정 지능이 높은 그녀에게
경영학과 경제학 수업은
이상하게도 몹시 어려웠다.


결국 마지는
6개월 만에 학교를 자퇴하고 떠났다.


사람들은 물었다.
"아깝지 않아?"


마지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나는 이제
내 삶으로 돌아가는 거야.

나다운 삶으로.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떠난다는 감각이 아니라,
맞는 곳으로 돌아간다는 감각.


자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미, 나 이름 바꿨어.
Freedom.
이제부터 날 Freedom이라 불러.

짧게는 Free.


그 이후 그녀는
정말로 Freedom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Freedom. 자유.

참, 그녀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허밍버드는 꽃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새다.

날갯짓 소리만 남기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벌새’와는 조금 다른 생김새로, 정말 작고 또렷한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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