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균형외교'가 점점 비현실적이 되어가는 이유

by 남재준

백악관 "중국 영향력 우려"...트럼프 측근 "한국 무너져" / YTN 사이언스


미국의 외교정책은 매우 특수해 보인다.


왜냐하면 미국이 마치 세계를 경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은 독립변수이면서 동시에 종속변수이지만, 미국은 독립변수로서의 성질이 매우 강해 보인다.


미국 내 타국들을 보는 시선에는 2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자유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이고 다른 하나는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이다.


전자는 흔히 국제관계학에서 자유주의로 알려진 사상과, 후자는 현실주의로 알려진 사상과 직결된다.


민주당은 통상 전자, 공화당은 통상 후자를 지지한다. (트럼프 외교정책은 고보수주의적 고립주의-미국예외주의와 현실주의 노선이 함께 나타나는 것 같다.)


전자는 자유민주주의 규범을 바탕으로 세계가 하나로 협력해야 한다는 견해이고, 후자는 미국과 패권을 다투거나 반미 체제 등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군사적 개입 불사, 힘의 균형 전략)는 견해이다.


우리나라가 유신 체제였을 때, 카터 행정부(민주당)과의 마찰이 심했었는데 이는 카터 행정부가 특히 평화주의와 더불어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중심 대외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 전의 마지막 민주당 행정부인 존슨 행정부 때까지만 해도 박정희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등 냉전 체제하의 반공주의 즉 독재를 감수하고서라도 적화를 막겠다는 전략은 초당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독재인 신군부 체제였을 때, 레이건 행정부(공화당)는 이를 승인했는데 후의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도 알 수 있듯 ‘친미라면 군사정권이건 민주정권이건 상관없다’라는 입장 때문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계엄 사태에 대한 반응 역시 비슷했다.


계엄 정국 당시의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민주당)이었는데 외교적 완곡어법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히 강하게 계엄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세계화라는 부분까지 감안해서 대외정책을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도 윤석열 정권을 대체로 호평했는데 그 이유는 국제관계의 차원에서만 보면 윤석열 정권은 뚜렷한 이념외교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탄핵과 정권교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공화당)는 입장을 보이지 않거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의 한국 당시 야권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낸 인터뷰를 보면 미국 보수 진영의 우리나라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시각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즉 한국의 야권은 그동안 중국과 북한에 대해 균형외교니 하는 말로 과도하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였고,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미묘하게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하기까지 했으니 신냉전 체제에서 한국의 야당이 정권을 잡는 경우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 라인 핵심 인사였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부장관의 자서전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북한에 우호적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서술했다.


탈냉전 이후 대체로 미국과 유럽 우위의 체제가 계속 이어져 왔고 우리나라는 북한의 존재와 아직 선진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4강 외교에만 신경을 써 왔다.


문재인 정부 때 신남방-신북방 전략을 펼치긴 했지만 국제사회의 전체적인 역학 구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입장을 설정하는 정도의 전략은 나온 바 없다.


문제는 이제 신냉전 체제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다시 민주주의 대 신권위주의 체제의 대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가 소극적으로 내지 국익 외교라는 명분으로 어설프게 균형외교를 자처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더구나 미국이 트럼프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은 경제적 내셔널리즘과 신보수주의가 함께 있는 것으로서 우리나라로서는 한편으로는 수출에 압박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서의 진영 대결에서 편을 선택할 것을 압박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변화된 정세를 감안하여 이재명 정부도 이제는 민주당의 중장기적인 신외교안보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배부른 돼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