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광의 시대(?)

by 남재준

[자광이 왕의 노한 틈을 타서 일망 타진(一網打盡)할 양으로, 필상 등에게 눈짓하며 말하기를,

‘이 사람의 악은 무릇 신하된 자로서는 불공 대천의 원수이니, 마땅히 그 도당들을 추구하여 일체를 뽑아버려야 조정이 바야흐로 청명해질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도당이 다시 일어나서 화란(禍亂)이 미구에 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다.’ 하니, 좌우가 다 묵연히 말이 없었는데, 유독 사신(思愼)이 손을 저어 말리면서 하는 말이

‘무령(武靈)은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하오. 저 당고(黨錮)의 일을 들어보지 못했소. 금망(禁網)을 날로 준엄하게 하여 선비들로 하여금 족적(足跡)을 용납할 곳이 없게 하다가 한(漢)나라도 역시 망하고 말았으니, 청론(淸論)을 하는 선비가 마땅히 조정에 있어야 하오, 청론이 없어지는 것이 국가의 복이 아니거늘, 무령(武靈)은 어찌 말을 어긋나게 하오.’ 하였으니, 무령(武靈)이란 자광의 봉호(封號)이다.

_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30권, 연산 4년 7월 29일 계해 2번째기사 '유자광에 대한 평가 내용과 무오 사화의 전말' 中]

당고의 일이란 후한 때 당고의 화(166)를 이르는 말로서, 환관들에 의해 장악된 정권을 청류계라 하는 선비 집단이 비판했다가 도리어 화를 입은 사건을 말한다.


무오사화와 비슷한 사건이다.

노사신(盧思愼, 1427∼1498)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사림에 의해 공격받았지만, 결정적으로 무오사화 때 사림을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후에 기묘사화 때 정광필의 경우와도 비슷한 것도 같다.


역시 같은 이유로 나는 그를 좋아한다.


요즘은 노사신과 같은 사람은 아예 입을 다물어야 하고, 유자광과 같은 사람들만 더 기가 충천한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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