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하토야마 전 총리를 만나지 않은 이유?

by 남재준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974117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그토록 열심히 사과하는 겸허하는 자세를 보였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만나주지 않았다며 서운해 했었다.


지금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하토야마 전 총리를 만나주지 않은 건 아마도 만나면 일본의 현 자민당 내각이 이를 핑계 삼아 더더욱 사과는 완료되었다는 근거로 삼으려고 드는 신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역사 교과서 등에서의 인권 중심의 역사 서술과 일본 정부와 국민의 진정성 있고 지속적인 사과가 중요한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이다.


이건 일본을 죄인 취급하는 데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는 당사자 중심으로 이해되어야지 본인들은 형식적으로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선제적으로 주장하는 경우 진정성, 성실성(Integrity)에 심각하게 금이 가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반일'이라는 태그가 붙어 있지만, 실은 두 대통령 모두 개인적인 사감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일본 중의원에서 연설을 하면서 동북아시대에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했고 TV 프로그램에 출연도 했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에 일본 문화 수입 제한과 관련 규제 조치를 철폐함에 따라 일본문화 금수 조치는 완전히 해제되었고 나아가 한일 간 문화교류가 정식화되고 활성화되었다.


수출 규제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아베 내각이 먼저 시작한 것이고 그 원인으로 일본 정부에서 댄 핑계도 대법원 판결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간 나오토 전 민주당 대표 겸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처 경험과 탈원전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간 전 총리는 간 담화를 통해 사과의 의사를 재차 표명한 바도 있었고, 일본 민주당은 우리나라 민주당계 정당의 창당 60주년 행사에 축전을 보내오는 등 동아시아의 동질적 정당으로서 우호적 제스처를 보였다.


그리고 제1야당 대표로서는 일본의 야당 중진을 만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토야마 유키오 전 민주당 대표 겸 총리는 이미 정계에서 떠난 지 오래이므로 일본의 입장을 대표하긴 어려울 텐데 동시에 그를 만나 사과 의사를 전달 받으면 일본 정부는 곧바로 그것을 사과 중단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으로 하토야마 전 총리를 만날 수 없었던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별 수 없기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의 행보가 특정한 외교적 제스처로 해석되는 것은 고도로 통제되어야 하니 말이다.


한편 일본에도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양심적인 사람들, 정치인들이 많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더불어민주당이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2015년에 자신들의 계보를 1955년 민주당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해석해 기념식을 가졌는데, 거기에 오카다 가쓰야 전 일본 민주당 대표가 축전을 보내며 한국과 일본의 민주주의 성취 경험과 교류협력의 진전을 말하기도 했다.


입헌민주당 최좌파로 분류되긴 하지만, 진보적 리버럴 성향을 강하게 자처하는 곤도 쇼이치 중의원 의원, 히라오카 히데오 전 법무대신 등이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인정을 촉구하는 모임을 올해 2월에 발족했다고 한다.


일본의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인데 이런 뉴스도 한국에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관계는 각자의 내셔널리즘을 넘어 인권과 평화를 중심으로 화해와 교류 심화를 향해 더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언젠가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성립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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