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문제는 여당 내적으로조차 견제 세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통상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다수당이 여당이니 우리나라가 대통령제 국가이긴 하더라도 현재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와 대통령직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상 의원내각제 하에서의 여당에는 다양한 계파나 의견 그룹이 있고 이들이 주류와 당대표 겸 총리를 견제한다. (e.g. 영국 보수당 내에는 전통보수주의ㆍ대처주의ㆍ일국보수주의라는 미묘하게 다르면서 겹치기도 하는 세 계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구성한다)
단결은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행해져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단기적으론 혼란스러워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더 건강하게 존속할 수 있다.
의견의 다양성은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토록 돕는 면역기제와 같다.
그러나 단결이라는 명분으로 집단적 압력과 1인 중심으로 갈수록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이고 견고해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자정 작용 등이 없어 파멸로 흐르게 된다.
나는 친문이었지만, 2019년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논란에 진노했었다.
그리고 2020년 총선 후 이인영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당시 당선된 김태년 원내대표에 맞섰으나 9표 밖에 받지 못한 친명의 정성호 의원이 제일 타당하다고 여겼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당정분리를 전제로 여당이 친문 강경파 주도로 흘러가는 것은 타당치 않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미투사태로 당내 다원성이 저하되었으니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그를 따르는 인물들이라도 좀 더 친문을 견제해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후속 주류가 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나는 계승 의식은 있어도 독자적 비전과 포스트 문재인 시대를 바라보는 혜안이 없어 보이는 이낙연 대신 동의ㆍ지지하진 않지만 뚜렷한 독자적 비전이 있었던 이재명이 2022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것이 이상하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도 문재인 정부에게만 어려움의 책임을 전가하는 등의 모습이 있어 우려했다.
패배 후 바로 비대위나 지선 공천에 관여하는 모습이나 책임을 진다는 명목으로 당대표라는 더 큰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행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2024년 총선 공천 전까지는 그래도 비명계가 유의미하게 친명계를 견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을 비판하는 건 국민의힘ㆍ검찰ㆍ보수언론 등에 가스라이팅 당해 악마화하는 것이라며 린치를 가하는 지지자들의 태도는 여전했다.
게다가 친명 국회의원들도 체포동의안 표결 후 격하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동료평가 때 색출과 보복을 했다.
2024년 총선에서 이미 약세이던 진보정당마저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나며 민주당을 붙잡는 마지막 양심적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계 방류 정당에 불과했고 진보당ㆍ기본소득당ㆍ사회민주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다.
결국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대내외적으로 누구도 이재명 대표를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 타도 우선의 명분, 야당이라는 점, 진보정당조차 크게 보아 유사한 진영에게 관대한 경향, 민주당의 내분에 대한 트라우마 등이 합쳐져 현재의 상황이 되었다.
여당이 압도적 다수인데 내적으로 주류를 견제할 세력이 부재하고 그 주류는 디폴트값이 강경파이다.
다음 당대표 선거도 사실상 '명심'이 결정하고 거론되는 후보들도 '이재명과의 일치'만을 강조한다.
정권 성공 뒷받침이야 있어 온 말이지만 구주류 시절에는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게 중요한 적이 없었고 그런 것은 보수정당의 정치 양상이었다.
민주당계 정당이 그토록 비판하던 보수정당의 내부 정치 양상이 현재 민주당에서 상당히 그것도 더 악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좋지 않은 의미에서 맞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비민주적 흐름을 분명히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화양연화는 생각보다 오래 가지 못할 것이며 유권자들은 또 다시 이당제당으로 국민의힘으로써 민주당을 견제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이 실현된다면, 보수궤멸을 주장하며 극도의 단결을 외친 결과가 정반대로 보수회생의 실마리가 되는 셈이니 민주당은 자신들의 최근 몇 년 간의 행보와 현주소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