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한국중세사의 한 무신정권 위정자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 佛頂心觀世音菩薩大陀羅尼經’이라는 유물이 있는데, 보물 제691호이다.
이 물건은 한 마디로 휴대용 경전과 그것을 보관하는 경갑이다.
경전은 상-중-하 3권이고, 경갑은 나무로 된 외합과 은으로 된 내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을 베끼거나 몸에 소지하고, 소리 내어 읽으면(다라니) 관세음보살의 영험한 힘으로써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2023년에 이 물건을 처음 보았는데, 기억에 짙게 남았다.
일단 휴대용 경전이라는 것도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이것을 지니고 다녔던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 경전은 고려의 권신(權臣)이었던 최충헌(崔忠獻, 1149~1219)과 그의 두 아들인 최우(崔瑀, ?~1249. 후에 최이 崔怡. 이 글에서는 ‘최우’로 칭한다.), 최향(崔珦, ?-1230)을 위한 것이다.
즉 그들이 액운을 물리치고 보신(保身)하기 위하여 지니고 다니던 물건이다.
약간의 교양적 지식을 지닌 현대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60여 년이나 대를 이어 수많은 이들을 죽여 가며 집권하긴 했지만 결국 붕괴해 자취도 없이 사라진 중세의 권력자들이 그토록 소망한 부귀영화가 일장춘몽임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주는 유물이다.
최씨 정권은 한국사에서 유일무이한 세습 무신정권이었다.
이 정권은 1196년 최충헌이 이의민을 참살하고 집권한 뒤 1258년 최의(崔竩, ?-1258)가 김준, 류경에 의하여 제거되어 붕괴할 때까지 유지되었다.
그것도 무려 62년 동안 4대에 걸쳐 지속되었고, 그중 상당 기간은 여몽전쟁기였다.
이 글에서는 집권자 네 사람(최충헌, 최우, 최항, 최의) 중에서도 최우에 관하여 다룬다.
최우는 1219년부터 1249년까지 약 30년을 집권했는데, 이는 모든 무신 집권자 중에서도 최장기간이며 2번째로 집권 기간이 긴 아버지 최충헌의 1196년~1219년의 약 23년보다도 7년 정도가 더 길다.
최충헌은 그래도 호시절을 보냈는데, 다른 최씨 정권 집권자들과의 차이는 몽고 문제에 있다.
여몽전쟁은 1231년부터 1259년까지 지속되었다.
즉 최우 집권기의 약 2/3가 전쟁 지휘와 권력 유지를 동시에 도모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은 상태에서 지속되었다.
최항은 최우의 뒤를 이어 1259년까지 약 8년 정도를 집권했는데 이미 그 폭정의 정도가 상당했던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훨씬 더 황음무도한 통치자였고 몽고의 압박과 민력의 고갈과 피로 속에 무신정권의 기반은 더욱 무너져 갔다.
사실 최항의 집권 기반은 거의 아버지 최우가 버텨준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고, 마지막 집권자인 최의는 1년 남짓 권좌에 있었으니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내가 최우에 대해 관심을 가진 계기는 작고한 김주혁 배우가 최씨 정권을 무너뜨린 주역이었던 김준(金俊, ?-1269. 개명 전 김인준金仁俊.)을 맡은 2012년 MBC 드라마 ‘무신’에서 최우를 맡은 정보석 배우의 연기였다.
극중 최우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극 중에서 굉장히 비정하긴 하지만)의 모습을 상당히 많이 가졌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무신정권의 ‘나쁜’ 이미지와 다르게 최씨 정권을 대단히 호평한다.
게다가 ‘정사(正史)에 기반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궁금증이 생겼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최우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얼마만큼이 허구 또는 거짓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최우에 관한 인물사를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지극히 아마추어라 추가적으로 더 많은 사료나 논문까지는 찾아보지 못했고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을 바탕으로 글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상당수 ‘대하사극’이 표방해 온 ‘정사 기반’이라는 점의 문제도 함께 지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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