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배우의 '세조'가 인상적이었던 이유

by 남재준

요즘 옛날 사극들을 다시 보는데, <공주의 남자>에서 김영철 배우의 수양대군ㆍ세조 이유 연기는 늘 그래왔으나 발군이었다.

좀 희한한 정서일 수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절대적 수세를 하룻밤만에 뒤집은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이 대단하고 더 관심이 갔고..,


단지 어렸을 때였긴 했지만, 단종을 죽인 건 잘못이지만 솔직히 옥좌를 감당할 역량이 있고 국정운영을 잘하면 그만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도 김종서ㆍ사육신ㆍ안평대군 이용ㆍ금성대군 이유 등의 비극적 충절과 단종 이홍위의 가련함은 십분 알았지만 결국 현실적으로 조선을 끌고 간 것은 승자인 세조와 훈구 세력이었으니.. 관심은 그쪽에 더 갔다.

그런데 세조는 비정한 군주인 것은 엄연한 사실인데 그것을 미화하는 건 짜증이 났다.

<인수대비> 등에서 김영호 배우 등에 의해 그려진 '구국의 결단'과 '개인의 욕망'이 교차하는 다소 감성적이고 어수룩하며 '긍정적인' 수양대군의 묘사가 싫었다.

그리고 영화 <관상>의 이정재 배우가 연기한 수양대군은 반대로 너무 노골적인 조직폭력배 두목 같아서 거북했다.

일단 정하연 작가의 <왕과 비>, <인수대비>에서의 세조는 너무 미화되었다.

한편 나이 등을 고려하면 이정재 배우의 수양대군이 더 실록과 맞겠지만, 옛날로 갈수록 나이 대비 노안(?)이라는 게 있어 김영철 배우의 수양대군이 아예 나이에 안 맞다고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실록상 세조는 소싯적부터 자신의 무인적 기질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니 이정재 배우의 좀 더 '날렵하고 무인적' 수양대군이 틀렸다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노련한 정객이자 공작의 달인'으로서의 냉철한 수양대군(세조 때는 보다 감정적이고 피폐하게 되어 사람을 죽이는 데 아예 무감해진다)의 모습인 김영철 배우가 최고였다.

경혜공주의 부마로 김승유(박시후 배우 역)를 지목해 자신이 도모하던 김종서와의 혼담을 기습적으로 깨 버린 문종의 수에 당황하지 않고, 주혼을 맡아 김승유의 약점을 잡아 부마에서 기각시키려는 면모는 대단했다.

나아가 관상감 주부의 가족을 붙잡아 협박해 경혜공주와 김승유의 궁합수를 조작하면서, 김승유가 공주(실은 자신의 딸 세령이었지만)와 기방에 들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헌부에 고발토록 사주해 그를 사지로까지 몰아넣는 모습은 대단하다.

주부에게 조작된 궁합수를 아뢰게 하는 편전회의부터 김승유의 추국장에서까지 수양대군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태연한데 그가 뒤에서 꾸민 짓들을 보면 무서울 정도인데 동시에 미소가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사실 주인공이 너무나 억울한데 진실을 말할 수도 없으니 그 장면에서 미소가 나오면 안 되는 거다..)

지극히 개인적 주관으로 세조는 멋있게 악하게 묘사되어야 진수가 나오지 너무 미화하거나 너무 잔인하기만 하면 영 재미가 없다.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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