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정사(正史) 속 최우와 극 중의 최우 (2)

최우 집권기의 크고 작은 사건들 : 김약선 부부, 주연지-김희제 사건

by 남재준

1. 최우 집권기의 크고 작은 사건 1 – 최우의 딸과 김약선 부부, 외손 김정(김치, 김미)


1236년(고종 24년) 7월에 고종이 최우의 외손자였던 김정(김치, 김미라고도 한다)을 수사공 주국으로 임명하려 하였으나 최우는 나이가 어려 적합하지 않다며 고사하였다.


그 전 해인 1235년(고종 35년)에 고종이 김정과 남매였던 최우의 외손녀(정순왕후)를 태자비로 삼았는데 아마도 그 동생도 고관으로 임명해 최우와 최우의 사위였던 김약선(金若先, ?-?. 제1차 여몽전쟁 때 귀주성에서 박서와 더불어 활약한 김경손의 형이다)의 면을 세워주려고 한 듯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김약선-김정 부자는 각각 최우와 그 뒤를 잇는 최항에 의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적자가 없었던 최우는 본래 김약선에게 병권을 맡기고자 하였는데, 이자는 황음(荒淫)하여 최우의 집에 있는 처녀들을 모아놓고 놀았다.


이에 최우의 딸이 분노하여 최우를 찾아와 비구니가 되겠다고 하소연하여 그 처녀들 및 처녀들과 김약선을 맺어준 이들을 모두 죽였다.


하지만 최우의 딸도 남자 종과 간통하였는데 이를 김약선이 알아채니 그녀는 아비에게 김약선을 참소하였고, 결국 최우는 그 말을 믿고 김약선을 죽였다.


그 뒤 일이 무고였음을 알게 되자 최우는 딸과 간통한 남자 종을 죽이고 딸을 다시는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극 중에서는 최우의 딸이 다름 아닌 후에 집정자가 되는 김준을 사랑하였으나 김약선과 불행한 혼인 생활을 보내다 결국 음모를 꾸며 김약선을 간접적으로(즉 아버지의 명을 빌려) 독살하게 된다.


김약선은 다소 심약한 사람으로서 대몽 강경론을 주장하던 최우와 대립하여 최우가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늘 야단을 쳤고, 김약선은 좌절해 술과 여색과 사냥에 빠져 지내다 아내의 무고를 받는다.


실제 역사를 보면 김약선과 최우의 딸은 누구의 잘못을 논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서로 잘못하여 파탄이 난 관계였다.


1243년(고종 31년) 1월에 최우는 외손자 김정을 불러 네가 무뢰배를 모아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며 꾸짖고는 머리를 깎아 하동으로 유배하고 그와 친한 장군 35인을 강에 던져 죽였다.


후계 구도를 정리하기 위해 트집을 잡아 내친 것으로 생각된다.


후에 김정은 최항의 집권 직후에 고란도로 유배당했는데 이후 기록에 등장하지 않는다.


포악한 최항의 성정과 최항이 김경손을 죽인 것을 볼 때 아마도 불행한 최후를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극중에서는 최우의 딸과 김약선 사후 김경손이 김정의 보호자가 되고 결국 사실상 그가 강제로 김정을 절로 보낸다.


그러나 실제로는 참으로 비정하고 비극적이게도 김정은 외조부에게 쫓겨났고 결국 외삼촌에 의해 최후를 맞은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2. 최우 집권기의 크고 작은 사건 2 – 협잡꾼 주연지와 역모 사건


극 중에서 당초에 최향을 옹립하려던 김덕명이 친하게 지내던 음양술사 최산보라는 자가 있었다.


이자는 김덕명 사후에도 살아남아 주연지로 개명하고 점을 보아주면서 사람들의 환심을 사 결국 최우의 재취인 대집성 딸의 눈에 들어 최우의 집에 드나든다.


다만 최우는 그저 유희 정도로 생각하고 그 점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한편 김약선과 혼인하고 아이들이 장성한 뒤에도 김준을 사모한 최우의 딸은 박 승선과 일을 꾸며 남편을 무고해 죽게 한다.


이때 박 승선은 주연지를 협박해 최우에게 ‘피 냄새가 난다’라는 등의 말을 하여 김약선을 죽음으로 몰고 가도록 한다.


이후에 박 승선은 이번에는 군부의 장군 김희제, 노지정 등을 주연지를 통해 알게 되어 그들과 더불어 고종을 퇴위시키고 최우를 옹립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발각되고 나아가 최우의 딸이 꾸몄던 일까지도 밝혀져 관련자들이 모두 죽게 된다.


이상이 극 중의 일인데,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나온 바에 따르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최우의 딸은 다만 ‘남자 종’과 간통하였다 되어 있고 그자는 김약선의 무고가 밝혀진 뒤에 살해되었다.


최우는 다만 ‘딸을 다시 보지 않았다’라고만 되어 있고 극 중에서와 같이 ‘독살했다’는 말은 없다.


또 박 승선은 가공의 인물이고, 주연지와 김희제 등이 도모했다고 하는 ‘역모’는 최우의 딸의 일과는 별개의 사건이다.


게다가 그들은 최우를 옹립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최충헌에 의해 폐위되어 유배되었던 희종을 복위시키려 한 것이라는 혐의를 받았다.


진실은 주연지로 개명한 최산보라는 인물의 행적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최산보라는 자는 음양술수에 밝은 중이었고 외조카와 더불어 약탈을 했는데 수령이 그들을 잡으려 하자 주연지로 개명하고 도망쳐 떠돌아다녔다.


그가 마침내 개경에 이르러 점술로 사람들을 홀렸고 결국 최우를 만나기에 이르렀는데, 최우가 그를 칭찬하고 가까이 두었다.


주연지는 권력이 커져 미색이 뛰어난 부인을 간음하는 등의 횡포를 부렸다.


또한 주연지가 최우에게 ‘왕의 상이 있다’ 하였는데 최우가 이를 장군 김희제에게 말했다.


그러자 김희제가 다시 주연지에게 정말 그러한 해석이 있느냐 물었다.


주연지가 놀라 최우에게 말하기를 전날 은밀히 한 말이 새어나가니 화가 닥칠까 두렵다 하였고 최우는 주연지가 자신을 모욕한다고 여겼다.


이때 누군가가 최우에게 노지정, 김희제 등이 주연지의 집에 모여 최우를 죽이고 희종을 복위시키려 모의한다고 고변했고 최우가 주연지, 김희제, 노지정 등을 유배했다.


그런데 주연지의 집을 적몰(몰수)하다가 희종이 주연지에게 준 글이 발견되었는데 거기에 주연지가 희종을 아버지로 섬긴다는 글이 적혀 있어 최우가 희종을 강화로 옮겼다가 다시 교동으로 옮겼다.


또 주연지, 김희제, 노지정 등을 모두 바다에 빠뜨려 죽이고 그 일족을 주멸하였다.


이것이 1227년(고종 14년) 3월에 있었던 일이었다.


김희제는 최우가 신임하던 장수였는데 최우가 병이 든 후 낫지 않을까 염려해 주연지에게 가서 점을 쳤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참소를 받아 나주에 유배되었고 거기에서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에게는 아들 김홍기가 있었는데 상장군 조염경의 사위였다.


그 역모 사건에 연루되어 김홍기도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에 조염경의 집안은 사위가 억울하게 죽은 것을 안타깝게 여겨 고기를 먹지 않았다.


1227년 5월 그러니까 주연지와 김희제 등의 사건이 발생한 지 2개월여 뒤에 최우가 연회를 베풀었는데 조염경이 고기를 먹지 않으니 최우가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조염경이 온 집안이 채소만을 찬으로 먹는다 답하니 최우가 낯빛을 바꾸고 말하기를 자신이 그 까닭을 아는데 만약 공이 다른 마음이 없다면 속히 사위를 맞이해야 할 것이라 하였다.


이러한 협박에 의하여 조염경은 딸을 윤주보의 처로 삼으려 하였는데 딸이 남편이 죽은 지 며칠 만에 갑자기 지조를 빼앗으려 하느냐며 울었다.


그럼에도 강제로 혼인시켰는데 밤에 윤주보는 김홍기가 자신을 치는 꿈을 꾸고 죽었다.


<고려사>, <고려사절요>에서 최우는 격구와 연회를 자주 즐기는데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좋아하였다.


이 사건이 있을 때 연회에서 음악을 연주하게 하다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치니 놀라 연주를 물리쳤다고 한다.


우선 최우는 극 중에서 주연지를 그냥 하찮은 점쟁이 정도로만 여기지만 실제로는 처음엔 꽤 진지하게 점괘를 믿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정사에는 대씨 부인이 주선해서 만나본 것이라는 말이 없고, 또 최우가 주연지의 말을 하찮게 여겼다면 주연지가 왕의 상이 있다는 말이 김희제에게 나감을 두려워한 일을 겪은 뒤 최우가 주연지가 자신을 모욕한다고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최우가 처음에는 주연지에게 혹했으나 결국 주연지의 본질 정도는 깨달은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만약 주연지가 정말 자신의 점괘에 그토록 당당하다면 최우가 김희제에게 그 ‘왕의 상’ 발언을 전한 것 즉 자신의 점괘가 누설된 것에 신경 쓰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자신의 점괘에 확신을 가지더라도 이처럼 큰일을 누설한 것이 실제로 두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최우의 입장에서는 김희제가 ‘정말로 그런 해석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것을 두고 최우에게 와서 누설되는 것이 두렵다고 함은 자신의 해석에 확신이 없었다는 것이고 처음부터 자신을 가지고 논 게 아니냐고 느꼈을 수 있는 것이다.


김희제는 자신이 신임하는 자인데 그런 자에게 말을 한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누설이냐, 그 정도에 확신이 없다 하면 너는 협잡꾼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눈치챘을 수 있다.


다만 희종을 복위하고자 도모했다는 역모 사건은 약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일단 그냥 피상적으로 보면, 주연지가 음양술사로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현혹해 결국 개경에 이르렀고 심지어 권신인 최우까지도 이름을 들어 불러볼 정도였다면 한 번 정도는 폐주(廢主)인 희종을 만나보았을 법도 하다.


그리고 희종과 친해져 희종을 아비로 모신다 할 수도 있다.


김희제는 최우가 신임하는 장수였다 하는데, 최우가 병사하면 자신의 안위가 위태로우니 사서에 나온대로 주연지에게 앞날을 물었을 수 있다.


‘진정 왕의 상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은 우선 최우가 건재하다는 점이 전제되므로 지금의 병이 나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 다시 거기에 전제된다.


최우가 김희제를 의심하거나 김희제가 최우의 의중을 불안해했다거나 하는 점이 없는데 김희제가 새삼 최우를 죽이고 희종을 복위시키려는 음모를 꾀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주연지 또한 기껏 최우를 현혹해 권세를 잡았는데 이제 갑자기 최우를 어떻게 하려고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물론 주연지가 김희제에게 자신이 한 말이 누설된 것이 두렵다 하니 최우가 ‘감히 나를 모욕하느냐’라는 등의 내색을 하여 주연지가 최우가 자신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느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가 희종을 실제로 복위시키려 했다 해도 김희제 등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어쩌면 다른 의심할만한 맥락이 있어 최우가 김희제 등을 위협으로 느꼈고 참소를 믿거나 ‘믿어주어’ 그 김에 주연지와 엮어 전부 숙청한 것일 수도 있다.


김희제를 신임했는데 그렇게 죽인다는 것은 맥락이 더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또한 김희제의 사돈이었던 조염경을 협박한 것도 결국엔 일단 ‘너와 네 집안이 소선(素膳)을 함은 김홍기가 억울하다는 전제에서인데, 그렇다면 내 판단이 틀렸다는 것이냐.’에서 시작해 ‘만약 그렇다면 네가 상장군이 되어 결국 나를 어떻게 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은 아니냐. 그렇지 않다면 너는 네 딸을 재가시켜 네가 내게 역심이 없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라는 의미일 수 있다.


다만 최우도 참으로 찔리는 것이 있었는지, 연회에서 그까짓 천둥 즉 자연현상이 발생했다고 음악을 정지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그 시대에 자연현상이 어떤 ‘천의(天意)’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봤다는 맥락을 생각하더라도 본인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왜 천둥을 두려워 하겠는가?


이러한 해석들이 사실이라면 최우는 참으로 비정하고 사람을 죽이는데 무감하면서도 소인배적이고 소심한 기질도 있었다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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