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패권의 시대

계파가 정당을 삼키다

by 남재준

자고로 한 세력이 모든 힘을 움켜쥐는 것이 좋은 귀결로 이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당위적으로나 공학적으로나 그렇다.


당위적으로는 여러 세력이 함께 있는 것이 다원주의에 부합하고, 더구나 국민의 의견이 다양화되니 더욱 그렇다.


상호 견제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통상적으로 의원내각제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어 있더라도 내부적으로 다른 계파들이 함께 존재하여 주류를 일정 부분이라도 견제한다.


더구나 양당제일 때에는 더욱 양당 내부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국민 의견의 다양성을 받쳐줄 수 있다.


공학적으로는 권력을 나누어야 집권 여당이나 계파 입장에서도 경우에 따라 정무적 책임에 대한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처음 당권을 잡았을 때만 해도 일단은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내부적으로 아직 비명계가 있기는 했고, 외부적으로도 수로는 안 되지만 명분으로는 되는 정의당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조차도 대정부 투쟁의 논리 때문에 2023년 체포동의 정국 때까지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친문이 주류일 때에는 어쨌든 금태섭, 이상민, 박용진 등으로 대표되는 이견이 있을 수 있었다.


금태섭 징계가 논란이 되었다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금은 누구도 다른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며, 다른 말을 하면 '당원의 뜻을 무시하고 혼자 잘난 체 한다'는 말은 기본이고 '국민의힘, 검찰과 내통한다'는 등의 음모론 프레이밍까지 당하기 때문이다.


마녀 사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타이윈 라니스터는 실권도 없으면서 멋 모르고 설치는 외손자인 왕 조프리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 스스로 "나는 왕이다."라고 말해야 하는 자는 진정한 왕이 아니다. Any man who must say, "I am the King", is no true king."


반대로 말하면, 진정한 왕은 자신이 왕이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즉 타인에게 자신의 위상과 권력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패권의 특성도 그와 같다.


진정한 패권은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비노-비문-호남계 등이 제기했던 '친노-친문 패권'은 참으로 우스운 프레임이었다.


물론 그 계파들의 강경파들이 항상 문제가 되어 왔고 결국 오늘날 친명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들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지만, 그 책임은 패권이었다는 책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경안 시정연설 때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했다는데, 승자의 여유였을까?


정작 자당의 반대파들에게는 그런 제스처를 취한 적이 없다.


물론 '민주당의 길' 모임에 참석해 주었을 때처럼 그냥 시늉일 가능성도 높다.


솔직히 이재명 대통령의 심중은 잘 모르겠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


받아들일 수 없기 이전에, 전후가 일관되지 않은 경우들이 많아 무얼 기준으로 사실관계를 이해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는 의미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세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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