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질문제(President's Questions)

PMQ를 도입하자

by 남재준

https://youtu.be/WFwnyXkkkng?si=fxTVQjnJ6VlmIkc5

(마지막 PMQ에서 자신의 퇴임 P45(고용관계가 종료될 때 고용주가 발급하는 세금 서류)를 가지고 농담하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한 달에 한 번은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토론하는, 영국의 PMQ(Prime Minister’s Questions)와 같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조선의 왕과 유사한 느낌인데, 특히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을 뿐 아니라 저 하늘 위의 존재인 것처럼 시정연설에서도 단독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대정부질문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답변하니 대통령은 왕처럼 저 높은 어좌에 있는 인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선의 왕보다도 더 자기 마음대로인데, 조선의 왕은 계속 대신들을 인견하고 공개적으로 어전회의나 경연에서도 지속적으로 대신들이나 대간들과 논쟁해야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시정연설이나 개원연설 같은 데에서는 홀로 주장을 길게 펴고 들어가 버리고 각종 회의나 기자회견도 결국에는 홀로 설시하거나 자기 변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인 수많은 국회의원들 사이에 있는 모습을 보다 자주 보여야 대통령도 정치사회의 일부라는 점을 국민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소통을 해야 하는데, 현대의 선진 국가 수반은 단지 자기 주장만 국민에게 설파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고, 논증을 펴고 토론을 해서 비전을 보이고 정책 이니셔티브를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영국의 PMQ이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국가를 운영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대통령이 근엄하게 상석에 위치해 있는 정도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대통령직과는 다르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제이고 영국이 의원내각제라는 점을 강조하더라도, 우리나라 정부형태는 정부가 입법권을 갖고 대통령이 국회의 가결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 등 정부가 행정과 입법에 아울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그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지속적으로 또 공개적으로 국회의원들, 국민들과 얼굴을 맞대야 한다.


대통령이 국가원수와 행정부수반을 겸하므로 일주일에 1번이 어렵다면 한 달에 한 번도 괜찮고, 대통령은 당수가 아니니 제1야당 대표와 일대일 토론을 하는 것은 의전상 어렵다 하면 그냥 국회의원들에게 평등하게 질문을 받고 토론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과 정책 의제, 현안 등에 대해 변론하고 주장하지 못한다면 국정 담당자로서 결격이라는 제도와 국민적 의식이 아울러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국이 선진강국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듯 하다.


국정을 논하는 최고기구에서 상시 성숙한 토론이 이루어져 여러 국정 현안을 논하니 담론의 질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https://youtu.be/pZvAvNJL-gE?si=VReIvGluacU5NlWp

(Oxford Union(학생 토론 모임)의 영국 의회식 토론. 제레미 코빈 의원이 사회주의는 작동한다는 논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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