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평산마을 방문기

by 남재준

1월에 통도사에 갔다 평산마을에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뵈었는데 반년 즈음 지나 그 이야기를 간단히 남겨보고자 한다.

평산마을은 양산시내에서도 꽤 들어가야 했다.

설 연휴 때문인지 시위대는 없었지만 가는 길에 흉물로 전락한 태극기와 성조기가 양쪽에 도열했다.

우연하게도 나와 내 친구가 방문한 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생신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잡은 문재인 전 대통령님의 손은 따뜻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얼굴엔 세파와 고뇌가 아로새겨진 것처럼 느껴졌다.

퇴임하고 난 후에도 마음이 편하기만 할 수는 없는 날들이 많았고 정치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때 이미 여생이 편할 수 없을 거라는 것도 아셨을거라 본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니까.

친구와 책방에 있는 헌법 교양서를 들고 우리 학교 법전원 교수님 이야기를 하는데 사진을 다 찍고 둘러보던 대통령님이 지그시 쳐다보셨다고 친구가 말했다.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도 마주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친구는 대통령님이 대화에 끼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분위기가 따뜻하고 담백하고 인간적이었다.

여섯 일곱 살 쯤 된 아이가 춤을 추고 내성적인 아기 동생과 재롱을 부렸고 다들 웃으며 보기도 했다.

어떤 여성분이 대통령에게 책방 끝내고 뭐하실 거냐고 물으니 대통령님이 무심한 듯 차갑지 않게 아내와 시간을 보낼 거라 했다.

그 담백함이 참 좋았다.

실제로 본 느낌은 어떨까 했는데 명사임에도 편안했다.

사람들에게 구애받기보다 조용한 자기 중심이 있으신 분으로 보였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었고 타인에게도 공간을 내어주는 유의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 방문은 대통령 퇴임 후로 계속 마음만 먹어오던 일이었는데 운 좋게도 문 닫을 무렵에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전의 노사모가 그랬고 지금 문 전 대통령을 진지하게 지지하는 이들이 그럴 것이듯 국정의 성과평가는 별도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노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의 장은 열리지 않았다.

그것이 아쉬울 따름이고, 언젠가 사람 중심의 리버럴 정치 3.0이 나온다면 그때를 기약해 본다.

또 다른 조용한 코드의 반란을 꿈꾸는 인문주의자가 나오기를.

내가 이해하는 노무현ㆍ문재인의 정치는 흐름이고 네트워크이고 길이다.

언젠가 그 흐름ㆍ네트워크ㆍ길을 재활성화할 노드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https://youtu.be/-y41HUxTkag?si=dv2LhbYQeq5VoYlo

https://youtu.be/QwFVQ5B0SQU?si=DcdCWlmJJNa-0Y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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