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美生)론

by 남재준

명작이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 중 하나는 사실 미생(美生)이었다.

얕은 듯 하나 깊고, 어리석은 듯 하나 총명한 인물.

겉과 속이 일관되었던 누나 미실과는 사뭇 다른 인물이다.

초중반부에는 주로 웃음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는데, 누나인 미실의 정변에 즈음해 ‘이건 이(利(이익) 또는 理(명분)인 듯.)에 맞는 일이 아닌 것 같다.’라고 염려를 담아 조언했다.


미실 사후에는 설원과 더불어 미실계의 좌장으로서 이전과 달리 거의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웃음을 보이는 것은, 결국 최종회에서 반역자로 미실의 묘 앞에서 체포될 때이다.

다시 말해,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에야 웃음을 되찾은 것이다.

비담에게 죽은 염종의 시체를 보고 ‘다 끝났구나.’라는 표정을 짓는 것, 그리고 비담에게 했던 말(‘모든 세상이 그리 얘기했다.’)을 보면, 그는 일찍이 자신의 최후를 예견하면서도 결국 반역의 길을 택한 것으로 짐작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미실계의 주요 3인(미실, 설원, 미생) 중 최후에 남았으면서도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물론 이 드라마의 서사가 역사적 실제는 아니지만, 굳이 반역자로 이름도 모른 채 사라지기보다는 그냥 신라의 신료이자 선덕여왕 대의 신료로 남을 수도 있었음에도 결국에는 (누님이자 주군인 미실의 유지를 받들어) 역모에 투신한 것은 꽤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비담을 추대해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욕심보다는 역시 설원과 마찬가지로 미실의 유지를 따르는 것을 중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밌었습니다. 재밌었어요.”

웃으면서 초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옥쇄(玉碎)를 택했던 미실의 동생답다.

다만, 그의 최후는 비참했다는 것이 누나와는 달랐지만...

미생의 최후는, 한편으로 한 인생을 충분히 다 살아 저리 웃으며 초연히 최후를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리 총명한 인물이라도 결국 세상을 벗어날 수 없고 그 안에서 움직이고 그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는 씁쓸함도 아울러 느끼게 한다.


https://youtu.be/m6kRDzwyBlY?si=ROOqLOWWbFeg7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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