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실용의 외피를 두른 포퓰리즘적 혼종
이재명 정부는 자신을 실용이라 자임하지만, 그 정책 기조를 뜯어보면 좌우 어디에도 완전히 귀속되지 않으면서도 내적 정합성이 없다.
배당세 완화나 부분적 노동규제완화와 같은 친자본적, 친기업 성향의 어필은 보수적 기조이다. 반면, 기본사회나 노란봉투법 등은 진보의 언어를 빌려온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한 철학 속에서 조화롭게 엮여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이재명의 브랜드 정책인 기본 시리즈는 언급도 없고, 친기업을 말하지만 시대착오적인 국가 주도 지원이 본의이다. 진보층ㆍ보수층이 모두 혼란과 짜증을 느낄 것이다.
정책은 서로 충돌하고, 우선순위는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재정 전략은 장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념의 융합이 아니라 철학 없는 짜깁기, 그때그때의 정무적 필요에 따라 조합된 정책은 결국 국민에게 혼란만 안긴다.
② 누가 책임지는가: 성공은 ‘이재명 덕분’, 실패는 ‘타인 (친명 포함) 탓’
그나마도 성과 여부의 평가 여지가 있는 관세 협상은 전문가들이 해낸 일이지만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라며 홍보한다. 진성준 의원은 이재명이 직접 임명한 정책위의장이지만, 배당세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 친명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를 재소환하며 공격을 퍼붓는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권은 무오류로 포장되고, 모든 정책 실패는 하부 구조로 전가된다. 이런 방식의 책임 구조는 정권의 리더십을 강화하기보다 민주적 정당성 자체를 약화시킨다.
③ 흑백논리와 자가당착: ‘친명’만이 정의라는 착시
문제는 단지 정책의 혼란이나 책임 회피에만 있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는 이분법적 진영논리와 충성 경쟁의 병리다. 과거엔 이낙연계를, 최근엔 진성준 같은 친명 인사들조차도 배신자 취급하며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이 집단은 이제 철학이나 정책이 아니라 감정적 충성의 강도로만 판단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내가 하면 전략, 남이 하면 배신’이라는 이중잣대는 정당을 조직이 아닌 교조 집단화시키며, 그 내부에서조차 지속 가능한 공론과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④ 보수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 잃은 정권이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보수적 실용정책을 펼치겠다면 그 자체는 비판 대상이 아니다. 실용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정책을 잘못 설계하거나 자신들도 비실용적 이념 기반 설계를 하면서 반발이 생기면 명분 없이 공격을 가하는 일관성 없는 정치 태도다.
중요한 것은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철학과 방향, 책임과 일관성의 유무다. 지금의 정권은 철학은커녕 조율된 방향성도, 명확한 책임의식도 없이 정책을 휘두르고 있다. 그 결과, 정치 혐오만 누적되며 사회 전체의 공론장은 붕괴된다.
맺으며: 정치의 ‘기본’이 무너졌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이념이 아니다. 무너지는 것은 정치의 기본 원칙, 책임, 정책과 실현 가능성이다. 민주주의란 결국 누가 어떤 명분으로 무엇을 책임지는가의 문제이다. 지금의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그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설계하고, 공공의 질서를 책임지는 실제적 기술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치 집단은, 곧 국민에게 버림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