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과 구체적 설계 없는 담론 놀음
이재명 대통령 핵심 교육정책, 서울대 10개 만들기 | 김종영, 조희연 | 교육개혁, 서울대 | 정준희의 토요토론 28회
토론을 보고 있자니 또 민주진보진영의 ‘타당한 문제의식, 현실성과 구체성 없는 정책설계, 외국과 우리나라의 맥락 비교 없는 수입론’ 등이 보인다.
1. 서울대 10개를 ‘어떻게’ 만드는가?
‘서울대’라는 것이 과연 인프라만으로 구성되는 것인가?
학벌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인식’에서 비롯되고 나아가서는 ‘경쟁률’, ‘입결’ 등이 이를 반영한다.
내 생각으로는 인식과 인프라가 결합해 (결과로서) 학벌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지역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대를 어떻게 10개를 만든다는 것인가?
선후가 거꾸로 된 발상이다.
KAIST이나 포항공과대학교 등은 특수한 경우이고, 종합대학 수준까지 확대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 고등교육에서 출발해 중등교육을 바꾼다는 발상의 문제
우리나라는 고등교육과 중등교육이 사실상 분리되어 있다.
중등교육은 고등교육의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그 관문은 고등교육 자체와는 분리되어 있다.
즉 고등교육 역량을 중등교육을 통해 보기가 어렵다.
중등교육의 재설계와 중등교육-고등교육 간 연계성 강화가 더 중요하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가는 건 타당치 않다.
차라리 정시에 수시 요소를 반영하는 게 수시에 정시 요소를 반영하는 것보다 낫다.
학생부는 내신이건 비교과 활동이건 한 번 결정되면 ‘닫혀’ 버린다.
즉 ‘재도전의 기회’가 없다.
그러면 학교 밖 청소년이나 뒤늦게라도 도전해보고자 하거나 재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또 교사를 중심으로 학생부 비교과 활동을 강화한다 하는데, 교사마다 역량의 차이가 있고 학교마다 인프라의 차이가 있으며 학생마다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가 있다.
특목고를 없앤다고 해도 지역적, 계층적 차이 등은 여전히 남는다.
차라리 수능을 학생의 전공적합성을 중심으로 미국의 AP나 영국의 A-Level 등의 모델을 바탕으로 혁신하는 편이 낫다.
3.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비교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현실 비교가 안 되어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서도 전체적인 학력이나 경쟁 등의 수준에 차이가 있다.
절대평가를 하더라도 그것이 경쟁을 받아줄 정도의 사회적 수용도가 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교학점제와 더불어 도입될 예정인 석차 5등급제를 두고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탐구 영역 간소화로 약화될 수능의 기능적 역할을 석차 5등급제가 변별력의 차원에서 커버할 수 있나?
만약 그 변별을 지금 이미 간소화하라고 한 학생부 비교과 활동 항목으로 채우고자 한다면 엄청난 공정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지방의 일반고와 서울의 특목고 학생 사이의 갭은 더 실질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그렇다고 비특목고나 지방 학생에게 가점을 주겠다 하면 그건 명백한 역차별이다.
특목고 간 죄나 서울에서 나고 자란 죄로 소수점 차이로 결정이 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나라가 뒤집어질 것이다.
차라리 ‘합리적으로 어렵게’ 하는 게 낫다.
예컨대 물리학과를 들어오고 싶은 학생은 ‘어려운 물리 시험’을 통과하게 하는 게 제일 합리적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