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메모

by 남재준
현대세계를 내 환자라고 본다면, 나는 자살위험으로 진단할거야. 그 점만 놓고 본다면, 앤드류 라이언은 옳았어. 랩처는... 구원이야.

Were the modern world a patient in my care, I would diagnose it suicidal. On perhaps that point alone, Andrew Ryan is correct. Rapture… is deliverance.

_ '랩처는 구원이다 Rapture is Deliverance', 소피아 램 박사 Dr. Sofia Lamb, Audio Diaries in Bioshock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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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외쳐져 왔던 그것은 지상의 천국을 일깨웠지만, 그 단어는 "좋은 곳"과 "없는 곳"이라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을 의미합니다. 명명에서부터 우리는 유토피아를 믿는 것을 거부하는거죠. 그럼에도, 우리는 영원히 유토피아를 찾아 헤멜 겁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를 가졌던 간에 더 많은 것을 원하도록 이끌겠죠. 인간사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는 유토피아를 찾고자 했던 우리의 그 노력이 바로 우리를 그곳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Utopia. Said aloud, it evokes heaven on earth, yet the word means both "good place" and "no place," an ideal unreachable. Even in the naming of it, we refuse to believe. And yet, we will forever seek Utopia, driven always to want more, no matter how much we have. It is among the grandest of human ironies that our very drive to find Utopia has kept us from abiding there.

_ <통합과 변신 Unity and Metamorphosis>, 소피아 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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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램의 사상은 랩처의 설립자였던 앤드류 라이언보다 더 기괴하다.


그의 사상을 전체주의나 파시즘 사상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민족이나 국가를 혈연으로서의 가족처럼 묶고 나아가 전체를 위한 부분으로 개인을 전락시키는 점은 같다. 사실 그러한 유의 사상이 진정으로 기괴한 점은 그 '전체의 부분화'를 위한 세뇌 논리에 '생물학적/종족적 우월성'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요소까지 동원해 가며 사회의 논리를 부인하기 어려운 자연적 사실로까지 몰고 간 우생학이나 사회진화론 등과 다를 바가 없었다.


램의 사상은 그보다 한술 더 뜬다. 그의 사상은 '본성은 DNA에 저장된 형질이다.'에 가까운 명제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사회사상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유전자 조작 내지 개조를 통해 세뇌와 같은 '노력'이 필요 없게 아예 유전학적 기전을 통해 유전적 폭군(Genetic Tyrant) 즉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향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겠다는 발상이었다. 랩처 가족이나 상담과 연설 등을 통한 세뇌는 그 과정에서의 도구에 불과했을 따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이오쇼크 2 작가들의 사상적 발명은 사회와 과학의 결합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 수준까지 몰고 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의 인류에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단지 전체주의에 대한 저항이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인간을 개조'하고자 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같은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실적으로는 램의 노골적인 '인류개조계획'보다 훨씬 비의도적이고 교묘하게 인류의 근본적 전환점은 다가오고 있다.


범용 AI가 등장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문제일까? 언젠가 그것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최소 '준인격체'가 가져올 혼란을 막기 위해 <채피>의 미셸 브래들리나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의 크리스티나 워렌처럼 그들을 멸할 것을 선택할 것인가? 초인류와 신인류의 등장을 생각해보게 하는 기괴한 시사점을, 램의 사상이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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