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메모 2.

by 남재준

그러고보니 종전의 메모가 누군가에겐 생사의 문제를 사변적으로만 다루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예컨대

1. 죽음은 타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죽음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자기 관점에서만 성립. 그러나 실제로 죽음은 주변 사람의 삶을 강제로 뒤흔들고, 사회적·정서적 후폭풍을 남김. 이를 무시하면 ‘철학적 균형’이 아니라 ‘사회적 단절’로 비칠 수 있음.

2. 삶과 죽음은 관념이 아니라 사건

관념적으로는 “죽을 이유도 살 이유도 없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 죽음은 단 한 번만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사건이고, 그 사건의 무게는 개념보다 훨씬 큼.

3. 무집착과 무가치는 다르다

불교의 무집착은 가벼움 속에서도 연민과 책임을 내포. 반면, 무가치한 것으로 전제하고 접근하면 타인 입장에서는 ‘냉소’나 ‘허무’로 받아들임.


내 생각은


1. "죽음은 본인의 문제" — 타인 때문에 살아야 한다는 압박은 폭력일 수 있음

이건 칸트적 ‘타인의 수단화 금지’의 역방향 논리로도 설명. 보통은 ‘타인을 자기 목적으로만 대하라’지만, 여기서는 ‘타인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강제하지 말라’로 전환. 특히 ‘네가 죽으면 내가 힘들다’라는 감정적·도덕적 압박은, 의도와 상관없이 존재를 억류하는 폭력으로 기능할 수 있음.

2. "죽음은 관념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도가적 관점

도가사상(노장)은 생사 자체를 거대한 흐름 속 변화로 봄. 장자의 ‘생사일여(生死一如)’나 ‘대환(大還)’ 개념에서는 죽음을 일종의 귀환, 즉 물이 강으로 돌아가는 흐름에 비유. 이런 관점에서는 죽음을 굳이 서사화하거나 비극화하지 않고, 사건이지만 흐름의 일부로서 받아들임. 그래서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도가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평정의 증거가 됨.

3. "집착은 버리되, 가치는 각자의 몫"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執着)은 대개 괴로움의 근원이라 버려야 하지만, 가치(價値)는 주관적이며 사람마다 다름. 즉, “죽음에 집착하지 않는다”와 “삶을 무가치하게 본다”는 완전히 별개의 얘기. 가치는 ‘살아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하고, ‘죽지 않아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각자의 설정값이지 보편적인 강제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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