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다만 2019년 조국 사태가 전 사회적으로 가져온 파장을 생각해 볼 때(마치 진보판 국정농단처럼), 사건 발생 후 10년도 되지 않았고 확정 판결 후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정치사회가 얼마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밝힌 소위 '핵심 기조'라는 것의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가소로워 의견을 남길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1. 사회적 긴장을 높이는 것은 정부여당의 국정과 정국 운영 태도에 있지 사면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사면이 어느 정도 긴장 완화 효과가 있다고 해도, 국가사회적 긴장의 해소의 핵심 요인은 정부여당의 국정과 정국 운영 태도에 있다.
장기적 안목과 현실적 판단에 따라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보이면서, 보복과 감정 위주보다는 문제해결과 민심에의 부응을 중시하는 정무를 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여전히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한 3개월 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했던 일은 계속되는 대야 공세와 정책 혼선 그리고 강경파에의 부화뇌동 뿐이었다.
스스로 국민의 불신과 피로, 그리고 국가적 분열을 자초하면서 새삼 사면 정도로 긴장이 완화되기를 기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이번 사면은 민생사범보다도 자기들이 사면하고 싶은 주요 인사들을 풀어준 것인데, 이건 통합보다는 '자축'에 가까운 사면 아닌가?
2. 이 사면이 어떤 점에서 경제 침체 해소와 민생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전직의 고령 재벌 중역들도 상당수 사면에 끼워 놓았는데, 삼성과 SK 등에서 그 사람들을 중용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사면으로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대통령실이 경청한 '각계각층'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범위가 절대로 자기들 진영을 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국혁신당은 야당' 주장
조국혁신당은 야당이라기 보다는, 정의당이 거슬리고 방해되어 즉 '우당(友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치워 버리고 민주당 지지층이 택한 정당이다.
내 보기엔 사실상 위성정당이다.
제도적으로는 진보당이나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처럼 민주당의 제도적 우산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민주당이 사실상 지지층 일부를 떼어 주고 정의당 지지층을 빼앗아(이른바 '지민비조') 형성된 정당이다.
조국혁신당이 최근 민주당에 반대의견 비스무리한 것을 낸다고 하지만, 그건 정의당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독자적 프레임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민주당의 본래 노선과 범위에서 '더 강하게' 주장하고 있을 뿐이고, 민주당은 혁신당을 이용해 자기들이 대놓고 하기 어려운 일들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
게다가 구체적으로는 상임위 배분 즉 국회 장악에서 혁신당이 있어야 보수야권(국민의힘, 개혁신당)을 더 눌러 놓는데 도움을 받을 것이고.
그리고 조국혁신당이 야당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대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야당 인사에 대한 사면을 청했으니 해당 행위를 한 것인가?
눈 가리고 아웅도 정도껏 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무늬만 야당일 뿐, 아주 거칠게 비약하면 중국 공산당이 이용해 먹는 구삼학사니 중국민주촉진회와 비슷한 정당이다.
지금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정당해산심판 제소까지 거론하는데, 만약 그렇게 되는 경우에 실질적 귀결이 무엇인가?
정치문화와 정당 구도를 민주당 내외로 완전히 일원화하고, 선거제도개혁은 무위로 돌아간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멸당하면 민주당 일당독재가 되는 것인가?
민주당은 '이는 단지 과정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과정은 결과와 불가분이다.
과정이 비민주적이면 결과도 비민주적이게 된다.
독재는 '임시'로 시작해 '영구'로 귀결된다.
아니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정치는 생물이지 않느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주도 세력은 80년대 운동권이 아니라 2020년대 집권 세력이다.
일단 전두환만 끌어내리면 나머지는 YS, DJ 등이 알아서 해주는 상황이 아니라, 본인들이 새로운 패러다임-구도-국정-정국 등을 제시해 시대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을 지금까지 끌어 온 한 세력을 결단 내겠다면 그만한 사후 시대 재편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없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이 감상적 망상에 빠져 있다는 의미이다.
국민의힘이 이념적으로 통합진보당과 동치건 아니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의힘은 원내 1/3을 차지하는 제1야당이고, 직전 대선에서 41%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택한 정당이다.
싫건 좋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안고 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민주당은 국민주권을 말하지만 실질적 행태는 비민주적이고, 자신들을 택한 대략 48% 정도만 '주권자 자격 있는 국민'으로 보고 나머지는 보수건 중도건 진보건 전부 '세뇌 당했거나 잘난 척하거나 하는 등의 무지몽매한 자들'이 된다.
정당해산심판 제소가 인용될 리도 없겠지만, 만일 이대로 민주당의 구상이 실현된다 가정하면 결국 대한민국 국회는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와 다를 바 없게 된다.
4. 측근 제외?
이화영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얼마나 그렇게 중요한 존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형님, 아우'하더라도 내일 '비장하고 현실적인 결단'을 내세우며 버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본래 민주당은 (비록 그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지만) 자기들이 원하면 언제든 국민 눈치를 보지 않거나 보거나, 자기들 편을 버리거나 그러지 않거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최근에는 그렇게 되었다.
5. 결론 : 하고 싶은 대로 한 사면
이번 사면은 국민통합, 경제 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적어도 보수야당이 끄덕일 수 있는 사람들까지 사면을 했을 때에만 소위 정치적 갈등 완화 등의 명분에 신경을 썼다는 말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사면은 누가 보더라도 그냥 민주당 측에서 자기들이 진영적 필요(e.g. 이재명 대통령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부채 상환)에 의해 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