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의 시대정신

by 남재준

당연한 말이지만, 40대-60대의 중년이 자연적으로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세대가 된다.


프리(Pre) 40대 즉 2030은 아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다 우리나라처럼 위계와 연공 문화가 남아 있는 사회에서는 목소리를 갖기 힘들다.


포스트 60대 즉 70+는 이제 사회에서는 대개 '시니어 시티즌'(이 말에 대해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 하다)이 된다.


우리나라의 보다 특수한 맥락에서 볼 때, 이제 산업화 세대의 시대는 정말 저물었고, 민주화-86 세대는 마지막 화양연화를 맞고 있으며, 이는 4050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30은 역사적 정체성 정확히는 세대 정체성을 기준으로 산업화 대 민주화로 나뉜 정치적 전장에서 아무런 대표자가 없다.


이 세대는 그 자신이 굉장히 구성적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세대를 정체성 차원에서 묶을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이나 시대정신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분열은 분명히 있다.


한 19세기 즈음의 서구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는 '청년이 미래'라는 청년 세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청년들을 보지 않더라도 이미 68 운동 등으로 나타난 대대적인 청년들의 저항 문화는 세대 간 관계가 승계-발전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볼 때, 세대론이 가장 부각된 때는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의 '386', '586' 논란 시기들이었다.


즉 세대론은 정치적 프레임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최근에도 민주당의 교조화된 비민주성을 운동권 문화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세대는 교체가 된다.


앞서 표현한 것처럼, 지금은 86세대의 '마지막' 화양연화이다.


왜냐하면 86 세대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대학을 나오지 못한 대부분의 86세대가 아닌 50-60대들은 비정규직 등을 통해 소위 노후에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있다. (이런 지점들 즉 세대 프레임의 허와 실은 신진욱 교수님이 저서에서도 지적했다.)


우리 세대의 시대정신은, 굳이 찾자면 내 생각에는 '지속가능성과 포용'이다.


조부모 세대인 산업화 세대가 경제적 굴레에서, 부모 세대인 민주화 세대와 X세대가 사회적, 문화적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 주었고, 나아가 과학기술의 고도화의 수혜를 입었다.


다른 한편으로 다양화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사고 등에 맞추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분열과 갈등, 뉴노멀이 된 불확실성과 위험사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회불평등과 경제구조의 문제 등 쉽지 만은 않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단 우리 세대의 과제는 지금 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세대를 비판적으로 보고 우리의 과제를 형성해 나가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보적일 수는 있겠지만 민주적이지도 포용적이지도 않다.


다른 버전으로 일정 부분 우리 세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서로에 대한 관용과 이해, 건설적이고 성숙한 숙의 등이 바탕이 되어야만 장래에 기후위기부터 AI 경제 시대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문제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어른 세대가 모든 청년 세대를 향해 항상 우리도 저랬었고 저래서는 안 될 텐데.. 라고 하고 그런 양상은 구체적 내용만 바뀌어 항상 반복되어 왔다.


앞선 세대의 폐단은 비판하되 노하우나 냉정한 현실 인식, 공동체를 감안하는 마인드 등 성숙한 자세를 배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분열과 대립을 넘어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아직 우리에게는 남아 있다.


문제는 그것을 우리 사회 스스로가 안으로부터 발현해낼 수 있느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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