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식상한 주제일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형법 제155조 제1항상 증거인멸 등의 죄를 방어권 보장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타인만이 아니라 자기에 대해서도 해당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례를 보다 보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의자, 피고인 등의 입장에서의) 타인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그 이익을 위하여 인멸하는 행위를 하면 당연히 형법 제155조 제1항상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자신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하여 한 증거인멸 행위는 피고인의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므로 불벌된다. (대법원 1965.12.10. 선고 65도826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일단 증거인멸의 정범이 유죄로 인정되면,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도록 타인에게 교사한 행위는 형법 제31조 제1항의 교사범 처벌 규정에 근거해 형법 제155조 제1항상 증거인멸죄의 형과 동일하게 처벌된다.
한편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방어권 보장 취지에서 불벌되고, 또 이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도 불벌된다.
그러나 그 '도움 요청'이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에는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될 수 있다. (대법원 2016.7.29. 선고 2016도5596 판결)
방어권 남용인지의 여부는
(a) 증거를 은닉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b) 범인-행위자 간 관계
(c) 행위 당시의 구제척 상황
(d) 형사사법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대법원 2014.4.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형사사건 등에 대한 증거의 인멸, 은닉, 위조, 변조와 은닉, 위조, 변조된 증거를 사용하는 행위는 태양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이 죄의 보호법익이 국가 형사사법작용의 보장이라는 점에 있어 모두 가벌성이 있다는 전제에서 차이가 없고, 이는 그 형사사건 등이 자기의 사건이건, 타인의 사건이건 행위자가 자신이건 타인이건 차이가 없다고 본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도출을 바탕으로 한 타당한 사법을 저해하는 경우 방어권 보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인멸 등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자기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을 금하는 것이 자기부죄금지원칙(내지 자기부죄거부특권)에 반한다고 볼 여지도 있을 수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저해하고 자신의 죄책을 감추려는 데 증거인멸 등의 가벌성이 있어서 그것을 하지 않도록 법이 부작위의 명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포괄적이지 않고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구성요건을 규정한다면 반드시 자기부죄금지를 비롯한 방어권 보장에 저해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주로 본받은 독일법에서는 우리와 같이 자기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을 불벌하나, 영미법에서는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미국), Perverting the course of justice(영국))의 일부로서 처벌하는데 결국 이 문제는 사법방해죄의 문제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