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코드의 반란'을 다시 생각하며

by 남재준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가 몇 개월 전 오늘날의 이 '양극화의 극단화'의 시발점을 노무현 정부 때 86세대의 본격적인 정계 진출에서 찾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맨 처음 그 인터뷰 기사를 보았을 때에는 마음이 불편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열린우리당 강경파의 대명사였던 정청래 의원이 지금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되는 정도이니 틀린 말이라 할 수 없겠다 싶다.


4대 개혁 정국에서 '전부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강변했던 그런 사람들 말이다.


기존의 새천년민주당에 기반이 없었고 갑자기 부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던 만큼 세대로 볼 때 별로 접점이 없었던(46년생) 86세대와 손을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투박함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오늘날 전권을 장악한 민주당의 그것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의 투박함은 '솔직담백'에 있지 않았나 싶다.


민주화 이후로도 지역주의, 보스정치 등에 장악되어 주권자로서의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정치인들을 윗사람으로만 생각하는 폐단을 넘어서기 위해 탈권위주의와 시민참여를 강조했다.


또 본격적으로 국가도 시장도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결사체들의 장 즉 시민사회(제3섹터)가 활성화되었다.


아쉽게도 생산적인 대화와 토론, 성찰을 바랐던 노무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열린우리당과 진보정당, 진보적 시민사회는 매우 시끄럽고 미숙했다.


그러나 그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근본적인 정치적 유지가 틀렸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 보면 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다양한 아이디어들의 범람과 실패를 통해 조직은 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당장 패배하더라도 철학과 개혁의 원칙을 꾸준히 가져가야만 궁극적으로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것이지, 결과 중시를 명분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 결국 대의의 본의까지도 왜곡된다.


민주주의를 비껴 간 과정은 결국 비민주적 결과를 가져온다.


태초에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이으면서도 부분적 한계를 넘어서겠다고 했지만, 오늘날의 민주당은 아예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인간적이어서 적들도 인간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그들을 잘 앎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고 사회를 앞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 경세가의 입장에서 보수 세력에 손을 내민 것이다.


또 이전에 언급했듯, 단지 시민참여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성과 다양성에 대한 관용, 대화와 토론, 비판적 성찰 등의 자세가 시민에게는 요구된다.


지난 금융소득세제 관련 논의에서 진성준 전 의장을 대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민주당도 서서히 온라인 포퓰리즘과 성찰 없는 당원중심주의에 잠식되어 간다는 것이 어느 정도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가 토론을 매우 활성화했고 아이디어와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냈다.


뿐만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이란 '너 자신을 알라'와 유사하게 그 자체로 완성되거나 '계몽된' 시민이 아니라 계속 반성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시민을 말한다.


오늘날 자연인 이재명의 개인적 억울함이 아니라, 정치인 이재명의 정치적 리더십과 정책 이니셔티브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내부 토론과 비판 그리고 성찰이 있었는가?


당원이나 정치인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친문이 잘못한 점들은 있었지만, 그 때에는 소장파라는 것이 존재라도 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주주'라는 말은 들었지만, 결코 '문재인의' 민주당이거나 민주당의 '제왕'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친명끼리도 서로 '누가 진정으로 이재명의 뜻을 잘 받치느냐', '누가 수박이냐'를 따지고 있는 수준으로 치닫는 민주당의 상황을 보건대, 본의가 사라지고 보수정당처럼 레밍 떼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제는 '참여'보다는 참여의 질 즉 '숙의'가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언행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가지고 타인과 소통하며 타인을 관용할 수 있는 시민이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시민이 진정으로 양질의 민주주의를 만든다.


어쩌면 또 다른 '코드의 반란'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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