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내생변수가 된 사회경제의 재구조화

by 남재준

과학기술의 발달에 '적응'하라는 수동적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회구조와 경제체제 등을 재구조화(Restructuring)하는 혁신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것이 곧 사회발전으로 이어지리라는 법은 없다.


과학기술은 사회변동이나 문화변동을 촉발하는 요인이지만, 그 변동이 항상 발전이라는 방향으로 가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과학자와 기술자 등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불가피한 그것이 가져올 영향을 통제하고 사회와 경제를 재구조화하는 것은 민주적 정치과정에 달렸다.


청의 중체서용이나 조선의 동도서기가 실패한 요인을 생각해보면, 결국 일본의 메이지유신처럼 근본적인 사회와 경제의 체질 변화를 위한 혁신을 단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성공한 경우라도, 우리는 우생학이나 인종주의 그리고 제국주의 등이 판쳤던 이공만능주의의 그 시절을 반성하기도 해야 한다.


인류의 문명은 아주 세심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그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혁명'이라고 불리는 사회경제적 의의를 잘 생각해보면, 그 핵심 기술이 되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이제껏 이루어 온 문명의 근원이 되는 지능을 인간이 독자적으로 창조해냈으며 이는 이전에 없었던 일이라는 데 있다.


1차-3차까지의 산업혁명이 작업의 효율화, 고도화, 자동화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그 방법과 전략을 스스로 '생각'해내는 '지능'을 인류는 창조해내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고, 예컨대 앞으로의 정치인들은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의 크리스티나 워렌 대통령의 '안드로이드가 우리를 멸하기 전에 그들의 기능을 무력화한다'던가 <채피>의 미셸 브래들리 CEO처럼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계속 애써야 할 것이다.


새로운 규제와 정책의 영역이 생겨나는 것이다.


정보와 기술의 보유와 통제 여부가 자본과 권력에서 비롯되고 다시 자본과 권력을 양산하면서 새로운 사회계층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AI 서비스 이용의 평등한 접근부터 AI의 법인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민들이 요구된다.


문제의 핵심은, 이제 더는 과학기술이 단지 '외생변수'로서 마치 다만 경제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은 이제 내생변수이며 단순히 경제적인 변수가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까지 고민해야 존재가 되었다.


일례로 우리는 자동화의 고도화에 따라 절단되어갈 수 있는 고용-분배/소득-소비/저축/투자 등의 경제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다시 이어 붙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그 과정에 정부 개입이 배제될 수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가와 어쩌면 세계를 재설계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우리는 서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비전과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정치인들이나 사회지도층조차 우왕좌왕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거나 권력/자본을 위한 아귀다툼에만 더 치열하게 몰두하거나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 있다.


근본적인 차원의 경종이 울리고 있는 골든타임은 이전에 산업혁명과 근대화의 물결보다 어쩌면 더 대처하기도 어렵게 빠르게 지나가 버릴 것이다.


질서와 체계, 무엇보다 이것들을 지휘할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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