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가 발표되어서 대강 살펴봤는데, '역대 가장 내용 없는 정부'라고 평가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내걸었는데, 이건 그냥 일반적인 수준의 행정 원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전이라는 건 종래의 상태나 종래에 정부를 막론하고 추구해 온 일반적 목표 이상의 목적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국민이 주인인 건 당연한 것이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건 그냥 정치와 행정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일이며 박근혜 정부 때에도 이미 '국민행복시대'를 말한 적이 있다.
세부 정책들을 보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이 거의 없다.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은 이미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 했던 얘기고, 오히려 지금은 검찰개혁의 경우 그 자체의 타당성이 있느냐(과연 형사사법체계 운용이 합리화될 것인지)의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AI는 경제성장 도구보다도 대전환의 변수로서 취급해 앞으로 다가올 영향들에 대해 제도적 대비책 등을 세우고 산업의 차원은 금융/투자 차원에서 다루어야 맞다.
무엇보다 AI가 가져올 경제성장은 일자리 순증 효과를 5년 안에 낼 가능성이 거의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미 만성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AI의 발전은 더 그런 상황을 악화시킬텐데, 고용 빙하기나 지속가능한 사회보장 문제 등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행정수도와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집권 전에 본격적으로 이재명이나 민주당이 간판 의제(국정의 키)로 건 적도 없는 일인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새삼?
AI 관련 공약들을 국정과제로도 대거 내걸었는데, 2022년 '대전환' 패러다임보다 훨씬 밋밋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경제성장의 도구 정도로 취급하는 90년대-2000년대의 생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열대야나 폭우, 자동화의 가속화 등 과학기술과 생태환경은 더는 사회경제의 외생변수가 아니라 내생변수이며 이를 반영해 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 대전환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에서 발표한 국정과제들은 미래 지향적인 패러다임 교체라고 전혀 말할 수 없다.
더구나 혁신성장을 하려면 교육혁신을 통해 인재가 자라나는 토양을 길러야 하는데, 이재명 정부에는 역시나 교육혁신에 대한 실질적 의제가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있는 4-5개 의제도 교육자치 강화 등 종래에 하던 얘기를 계속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눈에 띠게 보일 만한 게 전혀 없는, 역대 최고로 밋밋하고 내용 없는 청사진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 놓고는 정작 궁극적으로 그것이 달라지게 해야 할 비전과 정책에 대해서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까지의 민주당과 달라진 게 거의 없으니, 민생에 향상은 없고 비민주적 권력 독점만 강해진 셈이다.
무엇보다 매 정권마다 있었던 국정의 시대의식+화두+비전과 정책이니셔티브 간, 그리고 정책이니셔티브 상호 간 연결이 거의 없다.
대통령은 그냥 큰 개별 사업 아이디어들을 던져 놓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떤 문제의식/시대정신 - 화두 제시 - 국정 비전/목표 제시 - 전략 제시 - 수단 제시 등으로 유기적으로 연계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청사진이 거의 없다.
야당 시절과 대선을 어영부영 '전 정권보다 낫다'라는 식으로 계속 밀어붙이는 식으로 지내 온 결과라고 본다.
국정이 아니라 정치에만 신경 쓰다 이제와 '실용'이니 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실용을 강조한다고 해서 곧 실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