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투게더(춘광사설)>를 봤다.
그냥 내 느낌이지만, 다른 명작들에서보다 양조위 배우의 연기가 더 매력적이었다.
이국 땅에서 또 다시 어이없는 이별을 당하고도 묵묵하게 감정을 씹어 삼키며 취직을 하고 집을 구하고 어떻게든 살아 나가는 모습이 그랬다.
어떤 이들은 답답해할 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또 돌아온 보영을 완전히 내치지 못하는 모습도 그의 인간성을 보여주지 않나 싶었다.
별 것 아닌 '무덤덤하게 돌보는' 모습이 멋있었다.
사랑이란 본래 그런 게 아닐까.
서로에게 온전히 끌리고 빠져드는 귀결.. 의 이면에는 관성과 집착이 경계가 모호하게 깔려있다.
애와 증의 경계 또한 모호하다.
계속 즉흥적으로 자신을 버리면서도 귀소본능이라도 발동하듯 애처롭게 자신에게 돌아오는 보영에게 분노하면서도 끝내 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아휘의 심리처럼.
결국 이과수 폭포에 홀로 당도한 아휘의 얼굴에는 씁쓸함, 해방감, 허무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이어 보였다.
그가 장의 부모가 있는 대만에 들르고 마지막에 아휘가 내레이션에서 장은 (보영과 달리) 그가 보고 싶으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것이 새로운 인연의 희망이길 하고 바랬다.
사랑에 관한 작품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복잡미묘한 지점들을 이국적으로 또 독특한 색채와 감성으로 표현한 신선한 작품은 처음이다.
다만 이 작품이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퀴어는 이상하다는 의미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는 결국 사랑의 감정이란 공통적 요소를 가질 뿐, 동성애를 변이나 병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있다고 본다.
이 작품의 감상 후 분석을 더 보고 싶어 정신분석가ㆍ정신의학과 의사가 저술한 논문을 봤다.
모성애나 자기애, 프로이트ㆍ라캉 등을 거론하며 아휘의 보호 본능 등을 헤테로 관계와 별도의 특이함인 것처럼 설명하는 톤이 불쾌했고 혐오라고 생각했다.
불과 몇 년 전에 나온 논문이었는데.. 유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