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에서 '더불어'로 - 더불어민주당의 혁신 방향

by 남재준

*서론 : 공존은 생존의 문제 - 민주당엔 혁신이 필요하다


2024년 1월에 더불어민주당이 로고를 바꾸었다.


'더불어'는 작아지고 '민주당'만 커졌다.


그러나 이 나라에 지금 필요한 가치는 '더불어'의 가치, 공존과 공감 그리고 약자와의 동행이다.


문재인 정부 말년부터 더욱 심해진 정치적 양극화의 극단화로 인한 피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와 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 스스로부터 바뀌어야 한다.


혁신에 민주당의 미래가 이대로 무능하다 못해 무지하고 독단적인 퇴물로 완전히 전락해 청산해야 할 기득권으로 전략하느냐 아니냐가 달려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강조했던 역점 정책으로는 '정부혁신'이 있었다.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피드백, 그리고 시민참여의 활성화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설명책임(Accountability)을 갖춘 성과와 역량이 있는 정부를 만든다는 점이 중요했다.


오늘날 더불어민주당에게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


단순히 이재명이 아닌 과거로 회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의 가치를 되살리면서 현재와 미래의 변동 상황과 새로운 문제의식을 반영한 비전의 일신이 중요하게 되었다.


민주당을 구성하는 핵심 가치는 민주주의와 민주화였다.


87년 6월 민주 항쟁과 개헌을 통해 제도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98년에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정부가 탄생했다.


그리고 제도적 민주주의 위에서 보스 중심 권위주의 정치, 지역주의 정치,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 등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민주주의가 증진되었다.


그 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새로운 과제인가?


1. 민주주의를 넘어, 자유주의(Liberalism)로


사회가 개인을 존중하는 것과 단지 파편화되어 해체되는 것은 다르다.


우리 사회가 개인 중심 문화를 단지 '보기 싫으면 보지 않고,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개인주의에 대한 오독이다.


자신의 자유와 타인의 자유를 관용과 자비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계 속의 자유이고 배려형 개인주의이다.


좀 더 정치 원리의 차원에서 보면, 더는 다수결 원리를 코어로 하는 민주주의가 그 자체로 소수에 대한 관용과 이성적 숙의를 보장하지 않음이 자명해졌다.


또 민의 역시 항상 완벽한 것이 아니며, 국민주권이란 법적 제약이 없는 시원적 권리이므로 그에 대한 국민의 스스로의 책임감과 성찰이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하다.


단지 국민의 뜻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하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또 인간존엄성과 개인의 자유가 충실히 보장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기본권 개헌 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2. 파편화를 넘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위한 돌보는 국가(Caring state)


지난 민주정부들은 신자유주의적 사회변동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모두 나쁜 것도 아니지만 청년실업, 복지의 외주화, 불안정노동의 만성화 등 '사회적인 것'의 소멸과 더불어 사회의 파편화를 가져왔다.


노동의 산업별 종합적 수급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하여 개별 분야에 맞도록 인력 기획과 그에 맞는 규제/보조 등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업종이나 기업 규모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비정규직을 축소해 나가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그 전에 동일임금 동일노동과 고용 형태에 따른 제반의 부당한 차별을 엄격히 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복지의 외주화를 멈추고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며 젠더와 성적 지향성+정체성/생애과정-연령/소득과 재산/가족 형태/다문화 등의 여부에 따라 개인별로 맞춤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국민비서의 고도화 등 전자정부와 데이터행정의 발달은 당연히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 대화를 보다 활성화하고 국민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보호를 충실히 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정치적 양극화의 극단화를 넘어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로


민의가 박근혜와 윤석열을 택했다.


아무리 정치인들이 속였다고 핑계를 대더라도, 결국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론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최종 판단에 대한 책임은 국민의 몫이다.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또 다시 그것도 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을 초래한 정치권과 국민 스스로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극대화된 상황이고, 이러한 상황의 지속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대내외적 경제 환경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책 중심 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단지 당직 경선의 장이 아닌, 정당의 비전과 정책 방향 및 현안 대응 등을 논의하는 제도화된 정책 컨퍼런스의 장으로 만들어야 하며 여기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위원회의 기능을 독자적 정책입안으로 보다 확대 및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선출직 당직과 공직선거 후보자의 경선에 있어서도 당원중심주의로의 퇴보가 아닌 국민참여경선제의 활성화를 다시 도모해야 한다.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책임감과 정치 효능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문화가 성숙해질 수 있고 국가와 사회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4. 교육혁신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살아 숨 쉬는 경제


국가가 산업을 기획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시장이 산업의 선도자이며 주도자이고 국가는 이를 금융과 규제 등 차원에서 지원하고 사회문화적 토양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보다 심화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산업과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창의력과 기업가정신 등은 정신문화의 성숙과 양질의 교육/복지 등의 충실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공보육의 충실, 학생의 개성과 관심을 반영하되 합리적으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교육과정-교육평가 체계, 기초 연구와 예술 창작의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


양질의 토양만이 시장의 자율과 창의를 활성화할 수 있다.


종래의 중소벤처 금융 지원이나 규제개혁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경제도 바뀔 수 있다.


5. 지속가능한 사회(Sustainable Society)와 내실 있는 질실국가(質實國家)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만성화, 체감되는 기후위기 및 자동화의 가속화, 날로 강화되는 신냉전 기조와 점점 퇴보해가는 서구의 역량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이제 새로운 격변기로 들어섰다.


생태환경만이 아니라 사회문화, 정치, 경제 등 제반 영역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중요해졌다.


특히 재정과 사회보장의 영역에서 이러한 논의가 보다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을 적립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으나 노후보장의 충실을 위한 별도의 대안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이 심각해지고 의료 수가나 의료 인력 공급 등의 문제도 보다 공적 차원에서의 해결을 요구한다.


증세는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미 누진 경향이 강한 우리 세제에서 중산층으로의 세 부담은 불가피하다.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달체계의 혁신, 성과관리의 활성화, 지출심사제도의 적극 활용, 중기재정계획과 연성 준칙재정, 재정 버퍼, 적자와 부채의 관리 등 재정건전성을 위한 전략과 수단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생태환경은 더는 사회와 경제의 외생변수가 아니다.


사회 인프라나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체제의 차원에서 사회변동을 가져올 변수로 보아야 한다.


AI 보편화 사회에서의 장기 대비 계획, 기후위기에 대한 보다 확실한 종합적 실천 전략 등의 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결론 : 생활자를 위한, 중도적 국민정당으로의 복귀


1995년에 창당되어 40여 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첫 민주당계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는 '중도적 국민정당'을 표방했다.


기득권, 부정의, 독재, 불평등 등과 싸우던 영웅들의 거시적인 역사의 시대는 저물었다.


공존, 대화, 생활, 배려 등 생활자들의 미시적인 정책의 시대가 되었다.


일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돌보는 사람, 쉬는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 다문화적 배경이 있는 사람, 성적 소수의 입장에 있는 사람 등 모든 사람들이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단순한 병존이 아닌 공존을 하며 양질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민 전체보다 그 국민을 구성하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분열되고 상처 입은 2025년의 대한민국이 앞으로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더는 껍데기만 남은 역사적 투쟁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민생과 정책을 중시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생활 감각이 있는 중도적 국민정당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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