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과 무결성(Integrity)

by 남재준

난 가식이 싫었다.


예전에 잠시 학원의 중등 영어 강사로 있었을 적에 첫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들어올 때 그냥 무뚝뚝하게(?) 가만히 있었다.


부원장이 내게 좀 밝게 인사하라고 따로 불러 지적을 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그냥 밝게 인사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고, 아이들에게도 첫 만남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들 못지않게 나도 어색하고 떨렸고, 솔직히 말해 나는 그 감정을 그냥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고 자연스럽게 수업과 상호 교류를 통해 가까워지고 싶었다.


실제로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과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게 되었다.


별거 아닌 사회적 예절이란 걸 알면서도 마음에 없는 감정과 말을 꺼내 들기가 싫었다.


언젠가 집 근처에 하이볼 가게가 생겨 친구의 추천으로 함께 갔는데, 옆 테이블에 20-30대 정도로 보이는 남녀가 3:3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위적인 높은 텐션이 대화와 웃음, 능청 등에서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들리는 말에 따르면 대학원생들인 것 같았다.


그러나 동시에 묘하게 소개팅인가 싶기도 했다.


좀 더 어필하고 싶어 하는 듯한 남자, 그것을 미묘하게 받아주는 여자...


그리 부자연스럽지도 부적절하지도 않았지만 나는 이유 없이 그런 바이브가 싫고 짜증났다.


대학 때도 그랬다.


굳이 ‘오버’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는 질색이었다.


그래봐야 실제로는 다들 다른 속셈이 있거나 뒤로 서로 남의 욕들이나 하고 있을 게 뻔했다.


나는 겉으로는 차갑고 무뚝뚝하고 속내를 알 수 없다는 말을 간혹 들었어도 실제로 안에 무언가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내게 호감을 보이더라도 그 호감이 실제로는 생각보다 얇거나 공허하다는 것에 상처 받은 것도 여러 번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경멸은 나의 깊은 코어 가치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전에는 그런 겉과 속의 ‘정당화되지 않는’ 다름을 경멸하는 것을 무어라 이름 붙일지 알 수 없었는데, 지금은 조심스레 무결성(Integrity)이라 붙여본다.


책임성, 성실성 등 다양한 표현이 있지만 나는 이 맥락에서 그 표현을 타인에 대해 ‘가식 없이 성의 있게’ 대하는 태도로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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