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한다'는 표현의 어폐

by 남재준

얼마 전 친구와 동성애를 '한다'는 표현을 가지고 논쟁을 했다.

동성애는 성적 지향성(Sexual Orientation)에 해당하는데, 이것은 성적 끌림을 의미한다.

그런데 '하다'라는 표현은 능동적 동사로서 무언가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끌리는 것도 동사일 수 있고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항상 자발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성의 중요한 의의는 그것이 자의적으로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병리나 변이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가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탄을 받았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는 하거나 하지 않거나를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인정/폐지를 논할 수 없는 것이며 찬성/반대를 논할 수 없고 오직 수용/거부만 생각할 수 있다.

이때의 수용과 거부도 찬반에 가까운 의미가 아니라 오직 존재의 인정과 불인정의 문제이다.

그래서 동성애 관련 입법 등의 문제는 도입 그 자체에 대해서는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확히는 토론이 무의미하다.

오직 수용이냐 거부냐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용하는데 입법을 거부한다는 것은 실은 그냥 약한 수준의 거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동성애자이다 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동성애를 한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동성 간 성행위를 한다는 표현은 성립하는데, 이때 동성 간 성행위를 한다는 것이 곧 그 행위주체가 동성애자임을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호기심부터가 끌림이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으나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고 그것이 지속되지 않는 한 모든 동성 간 성행위의 행위주체를 동성애자로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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