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전부 나름의 '통치자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이재명 대통령은 제외하고.
물론 나도 알고 있다.
그들은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었고, 아들이 설치게 두고, 외환위기를 초래했으며, 정계 은퇴를 번복하고, 대통령치고는 즉흥적일 때가 상당했고, 국민-야당과 잘 소통하지 않거나, 언론과 시민사회에 부당한 압박을 가하거나, 대규모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비선 실세가 있거나, 내로남불과 사회 분열을 묵인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통치자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 평의원들 중 몇몇이 설쳐도 적어도 '최종보스'인 당대표나 대통령 만큼은 무언가 남다르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들은 어찌되었건 자신들 나름대로의 경륜, 화두, 신념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국정을 나름대로 방향성을 가지고 꾸려나갔다.
일례로, 나는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보수가 보수답고, 진보가 진보다운 마지막 세대였다.
물론 두 정부 모두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상당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세상에 완벽하게 모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정치가 있을까?
사실 두 대통령이 모두 내향적인 편에 말이 많지 않은 편이라 그런 오해를 받은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 나는 기본적으로 리버럴 성향이었지만 보수 세력에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긴 했지만, '응당 내가 가져야 할 책무'라는 것이 있기는 했던 것 같다.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품위와 역량이 동시에 없지는 않았다.
국정을 하는 연기를 했다면, 박 전 대통령은 그 연기라도 잘 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최소한의 정치적 성숙의 시대는 문재인 정부의 종료와 함께 끝났다.
윤석열-이재명 두 정부는 어느모로 보나 정부의 권위가 실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전체에 문제가 되었다.
물론 이는 이전 정부들이 신뢰에 타격을 주고 사회 분열을 조장한 측면들이 돌아온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핵심은, 이 두 정부가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보다 그 전 세대보다 못하게 정치의 질을 퇴보시켰다는 점이라고 본다.
(사진은 2015.3.17. 청와대에서 회동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함께 배석했다.)